공천(公薦)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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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를 앞둔 현재의 대한민국은 공천정국이다.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은 필승의 후보를 내세우기 위한 공천 작업에 한창이다.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후보는 많고 소선거구제를 택한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상 단 1명의 후보만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호남지역인 경우 특정 정당이 초강세여서 정당공천을 받는 것 자체가 당선을 의미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선거전 보다 공천을 따내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의도 정치판에서는 이를 두고 ‘공천전쟁’이라 불리기도 하고 특정세력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작용되기도 해서 ‘공천학살’이라고도 불려왔다.

또 각 후보들은 권력자의 마음을 빗대거나 대통령의 성을 빌어 김심 ·노심·이심·박심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기도 했던 것이 우리나라 공천정치의 역사다.

공천이란 사전적 의미로 정당에서 선거에 출마할 입후보자를 공식적으로 추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공천이 같은 당내에서 이뤄짐에도 이처럼 피말리는 전쟁과도 같아서 공천의 룰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후보의 명운이, 당의 명운이 결정지어지기 때문에 기자들로선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취재거리이다.

실제로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공천과정에서 친박계 후보를 대거 탈락시키는 바람에 ‘친박연대’, 2000년 총선에서는 신한국당 거물 중진들을 배제시키자 민국당이라는 선거용 정당이 탄생되기도 했던 것이다.

열린우리당 창당 역시 민주당 내 후보 공천 때문에 대립하다 친노세력 중심으로 정당을 만들었다는 평도 있었다.

선거에서 정당투표제도가 생겨난 후 진보당에서는 비례대표 우선 순번을 차지하기 위해 투표조작을 하다 민심을 잃기도 했으니 공천의 후유증은 여야나 보수, 진보를 떠나 모든 정당이 안고 있는 폭탄인 셈이다.

이 때문에 선거를 앞둔 정당으로선 공천 작업을 얼마나 매끄럽게 하느냐가 선거 전략의 중요 관건으로 대두된 것이다.

여기서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표시절, 2(대의원):3(당원):3(국민선거인단):2(여론조사)라는 지금의 상향식 공천방식을 만들었다.

민주당은 국민선거인단, 모바일 선거, 오픈 프라이머리 등 다양한 상향식 공천방식을 때에 따라 다양하게 구사했지만 결국 동원선거의 비판을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 특정인이 지배하는 1인 지배정당에서는 총재의 마음이 바로 공천이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와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정당은 여의도정치 중심이고 지역당은 선거용 조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당이 지역당을 지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해 만들 통합신당의 공천작업은 아직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아마도 큰 내홍이 불거질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광역단체장 공천 룰을 놓고 심각한 내부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제주지사 후보 경선방식을 놓고 100% 여론조사냐, 국민선거인단 경선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하며 여론의 초점을 받았으니 말이다.

결국 새누리당 공천심사위가 제주도당의 당원 구성에 문제를 삼고, 국회의원이 단 1명도 없는 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당헌당규대로 우선 추천지역으로 지정, 100% 여론조사방식으로 마무리 지었지만 내홍이 만만치 않다.

정당 공천의 생명은 공정한 추천 방식일 것이다.

후보자 공천에 있어서,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정당내부의 당심이 중요한지, 유권자인 민심이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것 또한 정치이다.

공천정치가 바로 우리나라 정치의 수준을 결정지을지도 모르겠다.

<강영진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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