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다짐대회’ 취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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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옛날과는 달리 겨울철이 농한기(農閑期)가 아니다. 도리어 농촌은 요즘 한창 바쁜 농번기(農繁期)다. 일손 부족으로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농사 형태가 그만큼 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내 어디를 가든 농민들은 농작물 수확에 여념이 없다. 양배추.당근.쪽파.풋마늘을 뽑아야 하고, 가을감자도 캐내야 한다. 비록 일부라고는 하나 미처 따지 못한 감귤도 있으며, 비료주기 등 수확 뒷마무리도 남아 있다. 특히 설을 앞둔 감귤 출하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일손 부족으로 더욱 애타는 쪽은 수확을 끝내지 못한 감귤 농가들이다. 두어 차례 폭설을 만난 미수확 감귤들은 하루라도 빨리 출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못할 때 부패과가 늘어나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제주지방경찰청이 하필이면 이러한 최대 농번기(大農繁期)에 주민들을 모아 ‘교통사고 예방 다짐대회’를 열도록 일선 읍.면 파출소에 지시했다고 한다. 도대체 누구의 발상인지 모르겠다.

이 지시대로라면 북제주군 소재 파출소들은 늦어도 오는 22일까지, 그리고 남제주군 파출소들은 30일까지 ‘교통사고 예방 다짐대회’를 열고 그 결과를 관할 경찰서에 보고해야 한다.

물론, 제주경찰이 올해를 ‘교통안전 선진화의 해’로 정착시키는 것도 좋고, 그렇게 하기 위해 사고 예방 다짐대회를 열어 거리행진, 홍보물 배포 등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다 좋다. 또 그럴 필요도 있을 줄 안다.

하지만 우리 고장의 전통적 관습인 신구간(新舊間) 이사철까지 겹친, 연중 가장 바쁜 농번기에 수많은 주민들을 모아 다짐대회를 연다면 그것은 경찰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경찰이 인력이 모자라서 그렇지, 만약 그게 아니라면 도리어 병력을 동원, 노력봉사를 해 주어야 할 곳이 바로 이즈음 농촌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민원이나 살 ‘다짐대회’ 개최 계획을 당장 취소하기 바란다. 농번기가 지나 주민들이 비교적 한가했을 때를 택해도 결코 늦지 않다.

이제는 경찰도 치안경찰이기 전에 봉사경찰이요, 민생경찰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농번기 농촌 일손을 빼앗아서야 쓰겠는가. 이 바쁜 철에 파출소로 하여금 억지로 ‘교통사고 예방 다짐대회’를 열게 하더라도 그것은 변칙과 형식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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