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사료였던 랍스터와 돼지감자의 매력
돼지사료였던 랍스터와 돼지감자의 매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변종철 제주대 화학과 교수>

건강식과 관련해 다양한 식재료가 식탁에 오르고 있다. 이 재료들의 변천사가 지역과 시대의 문화에 따라 반전되면서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랍스터(lobster·바닷가재)와 돼지감자, 마늘, 돼지·개·말고기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약 150년 전까지 바닷가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빈민과 죄수도 먹기를 꺼렸던 ‘가난의 상징’이었다. 미국의 초기 개척 시절에는 식용 대신 밭의 비료로 이용된 적도 있다. 집게발은 잘라서 낚시 바늘로 썼다. 미국 원주민은 바닷가재를 ‘bug(벌레)’라고 불렀으며, ‘로브스터(lobster)’라는 이름도 고대 영어 ‘거미(loppe)’에서 파생된 것이다. 뉴펀들랜드 등에서는 1940년대까지 이를 돼지사료로 이용했다.

 

19세기부터는 이 재료가 우아한 식품, 고급 요리의 정점에 자리하고 있다. 2005년 조지 부시 대통령과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오찬 자리, 그리고 2009년과 2011년 노벨상 수상자들의 디너파티에서 바닷가재가 제구실을 했다.

 

시대 상황과 함께 수요·공급의 법칙 때문에 1950년대 무렵부터는 바닷가재의 어획량이 급감하고 가격도 치솟았다. 이것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타우린과 키토산, 불포화 지방산인 DHA(docosa hexaenoic acid) 등을 함유하고 있어 성장 발육과 다이어트,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매력 덩어리다. 한자로는 이를 ‘용새우’라고 표기했으며, 일부 유럽 문화권에서는 ‘사랑의 미약(aphrodisiac)’으로 전하고 있다.

 

돼지감자도 초기에는 식용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돼지가 좋아하는 사료, 감자라는 뜻으로 작명됐다. 옛날에 이 감자는 들판이나 야산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생하는 천덕꾸러기였다.

 

꽃과 줄기를 보면 예쁘지만, 그 뿌리를 캐보면 돼지코처럼 못생긴 감자가 달려 있다. 그래서 ‘엉뚱하다’는 의미에서 돼지감자를 ‘뚱딴지’ 또는 ‘뚱하니’라고도 일컬었다.

 

요즘은 뚱딴지가 텃밭에서 핵심작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능성 식품’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뚱딴지는 뚱딴지인 채로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존재하지만, 과학자들이 그 내용물을 추출·분석·확인함으로써 ‘땅의 사과’로, 기능성 식품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이 건실한 재료는 이눌린(inulin) 성분을 함유해 당뇨병 관리에 좋다. 이눌린 성분은 체내 포도당 흡수를 늦춰 혈당의 상승속도를 떨어뜨리며 당뇨병을 예방·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이눌린은 장내 유산균을 5~10배 증가시키고, 유해 세균은 감소시켜 장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든다. 그래서 체질 개선과 변비 해소, 비만증 관리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 돼지감자는 식이섬유 효과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눌린은 주로 국화과의 땅속줄기, 달리아(dahlia)의 알뿌리나 우엉뿌리에 존재한다. 달리아 알뿌리 건조무게의 약 4%는 이눌린이다. 그 비율은 계절에 따라 다른데, 이른 봄에 함유량이 가장 높다. 이것은 식물체 내에서 녹말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구실을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