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익배 아마5단 ○고성종 아마5단
아주 오래된 바둑 격언에 ‘선치중(先置中) 후행마(後行馬)’란 말이 있다. 먼저 급소를 치중한 뒤 자신의 의도한 대로 국면으로 유도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최후까지 공방전이 오갈 수밖에 없는 바둑에서의 행마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단 한 수로 승부를 결정지어지기 때문이다. 발빠른 행마 능력을 지닌 선수가 중반전에 접어들수록 전투력에 능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백 52는 보기에는 두터운 자리라고 할 수는 있지만 제자리 걸음을 하는 느낌이다. 오히려 54자리가 발빠른 행보로 보인다. 백 56도 57에 연결할 곳이다.
이번 대국의 중반전까지는 흑을 쥔 고익배 선수가 대체로 유리한 국면. 특히 백을 쥔 고성종 선수가 중반 68. 90, 무리수를 연발하면서 흑의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흑의 패착이 나왔다. 103자리가 그 것이다. 이 수는 108자리로 놓았다면 당연히 흑 승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사이 백은 착실히 수습해 나갈 수 있었다.
140수까지 보인 행마가 돋보인다. 흑도 이를 의식한 듯 승부수를 던졌다. 141수가 그 것이다. 이제 국면의 초점은 백대마의 수습. 사실상 승부처였다.
이후 흑이 보인 20여수는 나름 멋진 행마였지만 백이 170로 대마가 살아서는 대역전이다. 전반적으로 이번 대국은 흑의 발빠른 행보가 느껴지는 한판이었지만 고성종 5단도 이에 맞서 능란한 행보도 돋보였다.
한마디로 이번 대국은 흑은 참신한 행보, 백은 자유로운 발상의 행보를 보인 한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바둑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