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들의 발 노릇 "밤이 짧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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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서비스업 성장 도내 75곳 영업 중
오후 9~12시 손님 몰리는 '황금시간대'
최근 업체 늘면서 '과열 경쟁'도 나타나

“밤에 걸려오는 전화의 99%가 음주한 손님으로 보면 됩니다.”

정장 차림에 신분증을 달고 있는 G대리운전업체 직원(대리운전 기사) 오창석씨(38)의 말이다.

지난 16일 오후 9시25분께 제주시 연동 소재 G대리운전업체 사무실의 7대 전화가 쉴 사이 없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여직원은 제주시 연동 소재 모 횟집에서 ‘콜’(대리운전 부탁)이 왔다고 오씨에게 전했다.

오씨는 횟집으로 가서 대리운전을 부탁한 손님을 만나 손님의 차를 몰고 목적지인 일도지구로 향했다.
손님 차를 집 앞에 세우고 1만원의 요금을 받은 후 ‘캐치’(대리운전 기사를 수송하는 사람)에게 연락, 차를 얻어타고 다음 ‘콜’ 장소인 인제 사거리 소재 모 단란주점으로 이동했다.

대리운전 경력 1년2개월째인 오씨가 지난 17일 오전 3시까지 9차례 대리운전을 하고 벌어들인 수입(팁 포함)은 9만원이 조금 넘었다.

고급 룸살롱에서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시작됐다는 대리운전이 전문 서비스업으로 성장하면서 현재 제주도내 대리운전업체는 모두 75곳(114 등록 기준)에 이른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실시하는 경찰의 음주단속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다음날 출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점이 대리운전에 대한 수요를 늘려 지난 한 해 동안 대리운전업체가 급격하게 늘었다.

신규업체가 늘면서 요금도 내리기 시작했다. 현재 대다수 대리운전업체는 시내권의 경우 모든 구간 1만원, 시외의 경우에는 거리에 따라 2만~4만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요금 1만원은 예를 들자면 중앙로에서 신제주까지 택시 왕복요금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업체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보니 어떤 곳은 손님에게 드링크제나 즉석복권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오씨는 말했다.

오씨도 보통 오후 6시에 출근해 1시간 동안 홍보를 위해 음식점과 유흥주점을 돌며 명함과 돼지저금통을 비치한다고 밝혔다.

도내 대리운전업체 5군데를 문의한 결과, 가장 잘되는 곳은 하루 평균 100회 가량의 대리운전 부탁 전화를 받고 있으며, 황금시간대는 오후 9~12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고객층은 40~50대로 공무원, 기업체 간부 등이며 최근에는 20~30대는 물론 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계층이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모 대리운전업체 사장은 말했다.

또한 대리운전업체가 급격하게 늘면서 H해상, D화재, S화재 등 보험사에서는 대리운전업체만을 위한 보험상품을 시판하고 있으며 업체들도 홍보 명함과 현수막을 통해 ‘대리운전자 종합보험 가입’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대리운전업체가 늘어나면서 일부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야간에 손님이 줄었다’며 울상을 짓는가 하면 업체 간 과열 경쟁도 나타나고 있다.

“신뢰와 친절이 가장 중요합니다. 만취해서 욕설을 하는 등의 짖궂은 손님은 거의 없는 편이며 밤에 일을 해서 피곤한 것도 있지만 한 번 모셨던 손님이 다시 찾을 때, 또는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을 들을 때에는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오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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