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거짓말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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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마감 시간을 앞두고 기자 휴대전화에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 대학생이 보낸 메시지였다. “애플의 초청을 받아 7월 달에 미국에 가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사람의 말이라면 믿지 않았을 텐데 애플의 공동창립자 워즈니악과 인연이 있는 학생이었기에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학생이 제주 출신이었기에 “혼자 초청을 받았다”는 말에 취재를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는 순간 그로부터 한 통의 메시지가 더 도착했다. “아직 만우절은 끝나지 않았어요.” 순간 웃음이 터졌다.

그날 인터넷에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만우절 이벤트가 화제가 됐다. 박 회장은 이날 대한상의 홍보실장에게 “어떻게 신문에 그런 기사가 나지?”라는 문자를 메시지를 보냈고 깜짝 놀란 홍보실장은 모든 신문을 살펴봤으나 찾지 못해 “죄송하다. 어떤 기사인지 찾지 못 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박 회장은 ‘“일면에 났잖아! 만우 일보.”라고 회신했다. 박 회장의 문자에 관련 기사를 찾느라 전 직원을 동한 홍보 실장과 관계자들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돌렸다는 내용이었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매번 사실 그대로를 말한다면 다른 사람과 불필요한 갈등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환자가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믿어 실제로 증상이 호전되는 현상을 뜻하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가 보여주듯이 거짓말이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기자에게 메시지를 보낸 대학생의 경우는 기자에게만 영향을 줬기 때문에 웃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기자가 그 메시지를 믿고 기사를 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박 회장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홍보실장은 그 순간 어떤 기분이었을까? 모두 만우절 이벤트라고 밝혔기 때문에 웃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만약 밝히지 않았다면 그 이후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지는 아무도 예측 할 수 없다.

6·4 지방선거가 오늘로 약 두 달이 남았다. 많은 후보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많은 공약을 하고 있다. 후보들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정치인들은 결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거짓말도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정치인의 거짓말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을 깊게 생각해야 한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탄핵된 이유는 워터게이트 도청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과 관련해서 닉슨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지방선거를 앞둔 대한민국도 지난 대선 때 후보들이 내세웠던 공약 때문에 매우 시끄럽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당 문재인 후보, 안철수 예비후보가 정치 쇄신안으로 내세웠던 기초선거 정당 공천제 폐지 공약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새누리당이 공천 유지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에게 ‘공약 파기’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도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제주지역은 기초선거가 없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못 끌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의 반대편에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가 있다. 실제로는 아무런 해가 없지만 해로울 것이라는 암시나 믿음이 실제로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 중 한 번이라도 당선됐던 후보자들은 미래를 위한 약속을 하기 전에 자신이 당선될 때 내세웠던 공약 중 ‘거짓말이 된 공약’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선거전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인간은 한 번 자신을 속였던 사람은 또 속일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파악하며 그것은 ‘노시보 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부남철 미디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