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아홉장에 펼쳐진 240년 전 해양문학의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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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철의 표해록

 

 

장한철(張漢喆)은 조선 후기 문신으로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한담 출신이다. 인동 장씨 입도 7세손이며 호는 녹담거사(鹿潭居士)다.

 

 

그는 1770년(영조 46년) 향시(鄕試)에 합격한 후 같은 해 12월 25일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일행 29명과 함께 배를 타고 제주를 떠난다.

 

 

그러나 이들은 폭풍우를 만나 3일간 표류를 하다가 일본 류큐(琉球․오키나와)의 한 무인도인 호산도(虎山島)에 도착한다. 일행은 이 섬에서 왜구를 만나 값진 물건을 빼앗기는 수모도 겪는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이듬해 1월 6일 전남 남해의 청산도(靑山島)에 도착했다. 생존자는 8명에 불과했다. 장한철은 일행들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르기 위해 섬에 머물다가 한 여인을 만나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그는 이후 2월 3일 한양에 도착해 과거시험에 응시했으나 낙방하고 5월 8일 고향에 돌아와 자신이 겪었던 표류 상황을 ‘표해록’으로 남겼다.

 

 

240여 년 전 제주의 한 선비가 겪은 표류에 대한 기록인 이 책은 1959년 8월 정병욱 서울대학교 교수가 제주에서 학술조사를 벌이다가 원고를 입수해 학계에 처음 보고했다. 이후 1979년 정 교수의 번역본이 출간됐고 2008년에는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됐다. 현재 국립제주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 책은 14.4㎝×14.5㎝ 크기의 한지 39장에 붓으로 기록돼 있는데 한국 해양문학의 백미로 손꼽히며 당시 해로, 해류, 계절풍 변화 등을 알 수 있는 해양 지리서로서 가치도 크다.

또 책은 제주도 삼성신화의 일부 이야기와 설문대 할망의 전설, 류큐 태자에 관한 전설 등이 담겨 있어 신화․전설집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미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장한철의 표해록은 제주에서 내륙으로 가다 겪은 구사일생 체험담이 주를 이룬다”며 “표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 문장력과 청산도에서 인연을 맺은 한 여인과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등이 담겨 있어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장한철의 표해록을 거론할 때면 함께 언급되는 책이 ‘최부(崔簿)의 표해록’이다.

 

 

조선 성종 때 관료이자 학자였던 최부는 1487년 추쇄경차관(지역 행정을 감독하고, 도망친 노비를 찾는 일을 맡은 관리)으로 제주에 파견된다. 이듬해 부친상 소식에 급히 배를 타고 고향을 향하다 폭풍우를 만나 표류한 끝에 중국 절강성에 도착한다. 이후 최부는 강남 지역을 거쳐 북경으로 가서 명나라 황제를 만나고, 요동 지방을 지나 같은 해 6월 압록강을 넘어 조선으로 돌아와 성종의 명을 받아 표해록을 썼다.

 

 

김 학예사는 “최부의 표해록은 표류 기록보다는 표류 이후 중국을 견문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며 “당시 미지의 공간이었던 중국 강남지방을 생생하게 기록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강민성 기자 kangm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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