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을 위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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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 최근 뉴욕에 가서 보니 진짜 너무 놀랐는데 뭐 때문인거 같아?”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공부해 현재 도내 대학교수로 있는 한 선배가 얘기 도중 질문을 던졌다. “글쎄요? 뭐가 달라졌나요?”라고 묻자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밤 12시에 호텔에서 나와 돌아다녀도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야. 예전 같으면 강도 등 범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지. 역시 지도자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

선배가 말하고 싶은 요점은 도시를 바꾸는 데 있어 ‘지도자’ 역할이 매우 크고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지도자의 확실한 비전과 리더십이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고, 그만큼 어떤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에 도시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게 포인트였다.

사실 1980년대 뉴욕은 각종 범죄 때문에 지하철을 탈 수 없을 정도로 악명 높은 범죄도시였다고 한다. 이런 치안 사각지대인 뉴욕이 살고 싶은 안전도시로 탈바꿈한 데에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시장의 지도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검사 출신인 줄리아니 전 시장은 1994년 취임 이후 ‘범죄와의 전쟁’을 표방할 정도로 도시 치안 개선에 매진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지하철 등의 ‘낙서 지우기’와 무임승차 엄중 처벌 등 기초질서 확립 정책을 강도높게 펼치면서 연쇄적으로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의 이 같은 치안정책은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에 근거한 것으로, 8년간에 걸친 재임 기간 동안 뉴욕 범죄율을 68%나 격감시키는 성과를 거두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에 힘입어 뉴욕은 지난해 5400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매력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나 지금은 미국 대표도시에 걸맞은 명성을 되찾았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수상도 청렴한 리더십으로 부국강병을 이끌며 작은 섬나라를 도시강국으로 만든 존경받는 지도자로 손꼽힌다. 그는 1965년 말레이시아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를 20여 년간 이끌면서 완벽한 치안, 청렴하고 유능한 정부, 합리적인 경제시스템 등을 확립하면서 선진 도시국가로 발돋움하는 기틀을 확고히 다졌다.

이에 힘입어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를 자랑하는 초일류국가로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 특히 리콴유 전 수상은 법 적용에 있어 자신과 측근에게 더욱 엄격했으며, 사임 이후 대통령직을 신설해 추대하려는 것을 마다할 정도로 개인보다 국가 발전을 우선시한 결백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줄리아니 전 시장과 리콴유 전 수상이 모든 분야에서 완벽했다고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를 발전시키고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밑거름은 이들 지도자가 보여준 시민과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리더십이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6·4 지방선거가 5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들 지도자를 새삼스럽게 돌아보게 되는 이유는 제주에서도 도시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갈망은 ‘세대교체’라는 화두를 확대 재생산해 내면서 도지사 선거판에 새로운 주연을 등장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여기에는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20여 년간 쌓여온 해묵은 갈등의 골과 편가르기에 따른 반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제주 미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도 작용했다.

이제 도지사 후보들이 보여줘야 하는 것은 도민들의 갈망을 채울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다. 오로지 당선을 위해 도민을 현혹시키는 사탕발림식 비전이 아니라 시대 변화를 꿰뚫는 거시적 안목으로 도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공동체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으로 화답해야 한다. 그게 도민을 위하는 도지사의 시작점이다.

<김태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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