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대란과 '코 앞’으로 다가온 수백억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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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사하게 비추는 봄 햇살에도 제주지역 밭작물 재배 농가와 지역농협은 근심으로 가득 차 있다.

 

청정 제주 자연에서 생산된 주요 밭작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례 행사로 찾아오던 위력적인 태풍도 지난해에는 비껴가 농가들은 풍작의 기쁨을 누려야 하지만 가격 폭락이라는 ‘풍년의 역설’을 실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2013년산 밭작물 재배 농가와 지역농협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최악의 해’를 보내야 했다.

 

특히 지난해산 마늘의 경우 1년 가까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저장돼 재고로 비축 중인 마늘은 지난해 5월 수확 이후 지역 농협 수매를 거쳐 판로를 뚫어왔지만 과잉 생산에다 소비 위축 등으로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도내 농협은 2700원(상품 1kg 기준)에 마늘 3만t을 수매했다. 하지만 출하 초기부터 가격은 전년보다 40% 이상 하락한 데다 보관 비용, 금융 비용 부담이 가중돼왔다.

 

더욱이 현재 재고 물량 1만8000t도 저장 장기화로 인해 감모율이 높아지는 등 조기 처리가 시급해지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도내에서 마늘을 수매한 지역농협들의 총 손실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다음 달부터 햇마늘 수확을 앞두고 있지만 재고로 쌓인 지난해산 물량이 안정적인 가격 유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 농협의 올해산 마늘 계약재배 수매 예정 가격은 kg당 2100원으로 작년보다 내린 가운데 밭떼기 거래 가격은 더 하락, 농심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마늘 대란’ 타 개책은 눈 앞에 펼쳐지지 않고 있다.

 

24일 농협 제주지역본부를 찾았다가 기자와 만난 한 지역농협 조합장은 “마늘 농가와 농협이 죽어가는데 모두가 너무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며 “머리띠를 두르고 집회나 기자회견을 갖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지역농협별로 당기순이익은 불과 수억원인데 수십억원의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농가를 위한 수매사업도 손을 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다.

 

무엇보다 마늘은 중앙정부의 수급 안정 대책에 포함된 품목인 데도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작년산 마늘 대란’ 과정에서 생산과 소비, 가격 예측과 수급 대처를 제대로 못한 가운데 수매 가격과 물량을 결정한 지역농협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농협이 조합원인 농가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듯이 농가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 농협중앙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당초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 해법 찾기에 더 공을 들였다면 수십억원의 투자로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생겨나고 있다.

 

때를 더 이상 늦추지 말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이제라도 산더미처럼 쌓인 지난해산 마늘 저온저장고, 수확을 앞둔 올해산 마늘 재배 현장을 직접 찾아 머리를 맞대야 한다.

 

마늘이 제주의 주요 농산물 품목에서 사라진 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요란을 떠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급한 ‘발등의 불’부터 꺼야 되지 않을까.

 

저장 마늘에 대한 정부의 추가 수매나 시장 격리(산지 폐기), 자금 지원 등 실질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그 다음에 적정 생산 및 수급 조절, 품종 개량, 가격 안정을 위한 기금 조성 등을 순차적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다.

 

시꺼멓게 속이 타들어가는 제주농민들에게 전해질 희망의 메시지가 하루라도 빨리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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