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강중훈 시인 '털두꺼비하늘소의 꿈'
<신간> 강중훈 시인 '털두꺼비하늘소의 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분노 섞인 달빛이 목에 칼을 들이댄다./ 나는 죽음에 관한 믿음에 유서를 쓴다./ 목 잘린 시신이 서산 끝에서 간당간당 흔들릴 때/ 누군가는 마냥 침묵하고 있었다./ 무자년 그해./ 제주의 사월은 침묵도 소화하지 못한 체/ 육십년 세월 천식喘息을 앓고 있다.’(‘천식’ 전문)

 

강중훈 시인(73)이 다층 현대시인선 150으로 최근 ‘털두꺼비하늘소의 꿈’을 세상에 내놓았다.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 작품의 근간을 이루던 외로움과 그리움의 정서가 여전하다.

 

4·3 당시 아버지 3형제와 조부모 등 온 가족이 학살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데서 비롯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온 시인. 그때 잉태한 울분과 서러움, 쓸쓸함이 책장마다 짙게 묻어있다.

 

시어마다 ‘돌직구 표현’이 많아 일견 씩씩해 보이지만 찬찬히 음미하다 보면 마음의 허기들은 어쩔 수 없다. 세월 따라 묻히고 잊힐 것 같았던 상처의 기억들이 여태 생생한 것이다.

 

종내 시인은 뼛속 깊이 외롭고 그리운 것을 끌어안는다. 인간은 쓸쓸한 존재란 인식의 반영이다. 누구라도 생의 뒤안길에선 필시 내면의 고독이 뒤따른다는 인생관이 투영된 것이다.

 

시집의 또 다른 키워드는 가족이다. 이 대목에서 강 시인은 통한의 가족사를 뛰어넘어 화해와 상생을 노래한다. 가족은 정체성 회복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위안의 울타리로 기능한다.

 

시편들은 현실을 가로질러 흐르는 물과도 같다. 삶의 지형을 따라 사유의 물결이 굽이치며 상처를 씻어낸다. 기억의 물줄기에서 시적 본성을 찾는 시인의 여정이 영롱한 빛을 발한다.

 

8000원.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