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보내준 딸의 문자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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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부모교육 강사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의 스승님이기도 하시지만 두 분은 저에게도 가장 큰 스승님인 거 아시죠? 언제나 제 옆에서 뒤에서 앞에서 옳은 방향으로 지도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청출어람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스승의 날 오후 무렵, “딩동” 하면서 문자 알림 멜로디가 울린다. 열어 봤더니 집 떠나 대학에 다니고 있는 딸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였다. 늘 가족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는데 갑자기 문자가 온 것이 궁금해서 얼른 열어보았더니 이런 내용의 글이 적혀있었다.

 

순간, 콧등이 찡해졌다.

 

며칠 전 어버이날이라고, 딱 그 날에 맞추어 받아보게 하려고 등기로까지 보내준 긴 편지를 읽었는데 오늘은 또 스승의 날이라고 이렇게 챙기는 딸아이의 마음씀씀이가 여간 예뻐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 나는 ‘존경받는 부모, 존중받는 자녀’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많이 한다. 자녀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부모가 자식에게 존경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많은 의미를 둔다. 자식이 부모를 존경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매사를 지켜보고 있는 자식 입장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갖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 존경받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 꽤 힘든 과제일 수 있지만 이것이 단지 부모만을 위하는 일은 아니다. 태어나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가까이에서 존경하는 사람과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는 자녀의 인생이 얼마나 풍요로운지를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을 알 수 있다.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 존경하는 사람을 둘 수 있는 자녀의 삶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내게 딸은 작년 스승의 날에도 이와 비슷한 문자를 보내와 나를 뿌듯하게 해주었다. 어쩌면 내가 딸아이를 잘 만나 졸지에 좋은 스승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매사에 긍정적인 딸의 시선 덕분에 이런 과찬을 받는 어머니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 딸을 내가 낳은 것은 분명하기에 사양하지 않고 선물을 받아들일 것이다. 대신 이제부터 더 좋은 스승이 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딸의 문자를 읽고 또 읽다가 문득 나에게도 스승님이 계신데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 인생의 스승님께 얼른 문자를 드렸다.

 

‘제 삶의 스승이 되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 행운에 보답하기 위해 늘 정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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