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9대 300의 하인리히 법칙
1대 9대 300의 하인리히 법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노동 재해가 발생하는 과정에 중상자 한 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또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이 있었다.

즉 ‘1대 29대 300의 법칙’이 발견되었다. 1930년대 초 미국의 한 보험회사 관리인 H.W. 하인리히의 이름을 따 명명한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이다.

우리사회에 큰 사고가 있기 전에는 반드시 전조가 있게 마련이다. 큰 재앙을 불러올 작은 징후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잘 나갈 때일수록 오만을 주의하고 사소한 문제라도 그냥 넘기지 않고 철저하게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항상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으려는 본성 때문에 큰 실패에 대비하지 못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본성을 극복하지 못해 겪어야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5일 가까이 지나고 있는 대한민국은 누구도 믿지 못하는 불신과 관료사회에 대한 분노, 정부와 정치지도자의 무능, 리더십의 실종에 대한 원성으로 가득하다.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상황임에도 정치는 사실상 올 스톱 상태이고 경제 역시 소비가 줄어들고 기업 매출은 저조하고 각종 문화행사는 취소되는 등 온 나라가 직접적인 세월호 참사의 영향권에 들었다.

대통령은 국가개조를 이야기하지만, 야권과 시민사회는 개조대상이 개조를 이야기하냐고 비아냥대고 있고, 관료집단과 이익집단이 한 몸으로 엮인 관피아가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웃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대한민국이 세월호 참사로 부도덕하고 무능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음을 조롱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속상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이 일이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언제든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사실을 스스로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고, 보고 싶지 않은 일을 애써 외면해 왔을 뿐이다. 역사는 항상 반복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임진왜란때 선조는 백성을 버리고 도성을 떠나면서 배를 모두 불살랐고, 이승만은 한국전쟁 때 국민에게 북상 중이라며 거짓말하고 부산으로 도망가면서 한강철교를 폭파해버렸듯이 위난의 시대에 지도자의 모습을 수없이 봐왔다.

세월호 참사의 사고수습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정부를 더 이상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언제까지 국민이 국가와 정부를 걱정하고 있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 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장치가 오히려 국민의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우리사회는 사고가 난후 항상 ‘안전불감증’의 문제를 한 목소리로 지적해왔지만 그뿐이다. 재해와 재난은 아무리 대비한다고 해도 쉽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다만 재해·재난에 대비할 최소한의 훈련과 매뉴얼, 숙련된 전문가는 준비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처럼 승선인원조차 파악할 수 없는 시스템은 재해와 재난을 유발하는 시스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부처의 이름을 안전행정부로 바꾼다고 우리사회의 안전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는 것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0여 명의 억울한 목숨이 이를 처절하게 입증하고 있다.

다시 300여 명의 목숨을 잃기 전에 1명의 목숨을 지키는 것을 안전시스템 구축의 대원칙으로 삼았으면 한다. 최소한 제주도에서만이라도 80여 년전에 이미 지적했던 하인리히 보고서의 경고를 엄중히 되새겼으면 한다.
<강영진 정치부국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