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목관아 복원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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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22일 제주목관아(濟州牧官衙)가 복원돼 준공식을 갖는다.
탐라국 이래 2000여 년간 제주역사와 문화의 산실인 이곳을 제주시가 복원한 것은 제주의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옛 지방관아를 대규모로 복원한 자치단체가 없다는 점에서 제주목관아 복원은 제주시민들에게 자긍심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3년간 진행돼온 제주목관아 발굴조사에서 복원까지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문화재 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점도 없지 않다.

1991년 제주시에 발굴조사를 제기한 이는 몇몇 의식있는 시민이었다. 그들은 도심 주차난 해결을 위한 주차장 부지로 예정된 이곳이 비록 일제식민통치기간에 강제로 훼철되긴 했지만 옛 제주의 지방관아의 중심지였음을 주목, 지표조사 후 주차장 부지로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주차장 부지 인근에서 지표조사 결과 석재유물이 쏟아져 나오고 유구가 드러나자 제주시는 주차장 시설 공사에서 방향을 돌려 발굴조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진행된 발굴조사는 모두 4차례였다. 1991년 9월부터 1998년 7월까지 8년간이었다. 그러나 실제적인 발굴기간은 1년9개월밖에 안 된다. 워낙 발굴조사가 급박하게 추진된 데다 발굴 전 목관아지 위에 세워졌던 건물을 철거해 대부분 시간을 매립된 흙과 건물자재를 치우는 데 할애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가운데 1, 2차 긴급 발굴조사를 근거로 제주목관아지를 국가사적 제380호(1993년 3월 31일)로 지정, 목관아지 일대 문화재 보존장치를 마련한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발굴이 끝나고 복원과정에서 목관아 깃발을 걸었던 ‘기간지주(旗竿持柱)’를 발견, 허둥지둥 포클레인으로 건져 올린 일은 우리들을 부끄럽게 했다.

복원계획서를 만들고 복원공사를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도 우리를 조마조마하게 했다.

하여튼 향토사학자와 문화재위원을 중심으로 복원계획이 세워졌고, 마침내 총 175억원을 투입해 1999~2002년 1단계 복원공사를 마쳤다. 1999년 외대문을 시작으로 연희각, 홍화각 등 건물 7동을 차례로 복원했다. 복원사업 기간은 4년. 이 공사기간은 재선된 현 제주시장의 임기에 맞춰진 것으로, 제대로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데는 사실상 촉박한 기간이었다.

또 제주목관아 복원 후 활용 프로그램이 옛 지방관청 복원이라는 취지에 비해 빈약한 것도 우리를 답답하게 하고 있다. 제주시 산하 문화관광시설관리사업소가 내놓은 복원 후 활용 프로그램은 다도시범.서당운영.전통음악연주.수문장 교대식 등이다. 옛 지방관아 복원이라는 위의를 따르지 못하는 프로그램일 뿐 아니라 내용도 적합치 않다.

따라서 제주시는 시민제안을 받아서라도 수천년간 제주역사문화 유산 1번지로서 제주목관아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발굴조사부터 복원계획서 수립, 복원과정까지 지역주민을 참여토록 해 문화유산 보존 주체로 나서게 하고 있다.

전 지역이 박물관이라는 ‘에코 뮤지엄’이나 체험행사를 통해 옛 문화유산을 경험케 하는 ‘라이브 뮤지엄’ 개념을 도입, 적극적이고 실제적인 활용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목관아를 정점으로 한 제주읍성 탐사나 제주목사 행차 등 피부에 와 닿는 문화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더불어 제주목관아 북서쪽에 자리한 ‘옛 탐라국 도성터’를 조사해 옛 제주지방관아의 규모를 확실히 밝혀내는 일도 제주시의 남은 과제다. 현재 목관아 건물은 18세기 조선시대의 관아를 복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 이전에 제주의 역사문화거점이었던 발자취를 찾아내 이를 후세에 기록유산으로 남겨야 한다. 이는 수천년간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탐라문화권을 형성한 탐라선인들의 정신과 혼을 잇는 후손들의 기본 도리다.

우연의 일치일까. 김태환 제주시장은 13년 전 목관아터에 주차장을 건설하려다 이를 백지화한 주인공이다. 문화의식이 부박한 시절, 도심 한가운데 시절 주차장 부지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문화재를 지킨 것은 대단한 결단이었다.

최근 김 시장은 ‘문화시장’으로 불린다. 이제 제주시민은 김 시장에게 ‘문화시장’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또 다시 결단을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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