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의 칼을 호미와 낫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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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이번 선거에서도 상대방 비방과 흠집 내기, 금품·향응 제공, 고소 고발 등 흑색선거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은 출사표에서 이번 선거를 유권자들과 함께하는 축제로 치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선거 열기가 달아올라 가면서 ‘축제’는 찾아 볼 수 없고 네거티브만이 판을 쳤다.

투표 결과 앞으로 4년간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끌 도지사로는 원희룡 후보가 당선됐다.

제주교육의 미래를 이끌 제주교육의 수장으로는 이석문 후보가 당선됐다. 또한 제주도정과 교육정책을 감시하고 올바른 방향을 이끌 도의원과 교육의원들도 선출됐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선진국에서는 선거가 끝난 후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며 다음 선거까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주어진 일들을 성실히 수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의 선거는 축제가 아니라 분열과 갈등이 분출되며, 남을 죽여야 내가 사는 하나의 전쟁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2위와 3위에게는 은메달과 동메달이 주어지지만 선거에서 2위는 없다.

때문에 죽기 살기로 치열한 투쟁을 펼치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그 후유증으로 나라와 지역사회가 오랫동안 몸살을 앓는다.

이제 남은 것은 도민 통합이다.

어느 선거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선거후유증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이번 교육감 선거처럼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친 선거는 그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제주도처럼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얽힌 작은 사회일수록 도민들이 선거판에서 지지하는 후보별로 편가름 돼 서로 간의 반목의 골이 깊어지면서 치유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이 당, 저 당해도 괸당이 최고’라는 말처럼 차돌보다 더 단단하다는 제주 ‘괸당’ 간의 결속력도 쉽게 깨뜨려 버리는 것이 바로 선거의 위력이다.

원래 선거라는 것이 국민을, 도민을 갈라놓아 통합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러나 제주의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도민 통합이다.

통합을 하려면 우선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원희룡 당선자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40.03%의 도민을, 이석문 당선자는 66.78%의 타 후보 지지자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자신을 지지한 도민들을 설득하기는 쉽지만 상대방 후보 지지자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은 앞으로 당선자가 허점을 보이거나, 자신들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비판의 칼을 세우고 달려들 수 있다.

정치판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이번 선거에서 이긴 당선자가 다음 선거에서도 또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들처럼, 반대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고 4년 후에는 그들의 세(勢)가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당선자는 당선의 기분에 취하고, 자기 사람들과 권력 나눠 갖기식 행보보다는 반대편 사람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소외되지 않게 통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들의 요구에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며 경청하는 등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과거 집권세력이 이런 노력을 소홀히함으로써 재임기간 내내 도민사회가 분열됐고 그에 따른 잡음이 끊이지 않았었다.

이번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후보자들과 그 지지자들도 실의에 빠지거나, 승자에 대한 미움과 원망보다는 몸과 마음을 추스리며 제주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제주 사회를 더욱더 발전시키고 활력을 불어 넣는 건강한 비판자·감시자의 역할이다.

조문욱 교육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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