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성악가, 호세 카레라스(Jose, Carreras)와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는 서로 한 무대에 서기 싫어할 정도로 견원지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레라스가 백혈병으로 쓰러졌다.
‘에르모사(Hermosa)’ 재단의 치료비 지원으로 회복한 카레라스는 우연히 그 재단의 설립자가 도밍고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카레라스의 도밍고를 향한 적개심은 우정으로 승화하고, 둘은 한 무대에서 열창한다. 이것이 바로 유익한 라이벌이며, 선의의 경쟁일 것이다.
한 기자가 플라시도 도밍고에게 라이벌이면서 적대관계인 카레라스에게 재단을 설립하여 치료비를 왜 지원했는지 물었다. “우리는 그와 같은 목소리를 잃어버려선 안되기 때문이다” “그의 목소리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대답하는 도밍고의 마음이 너무 숭고하다.
물질의 기본단위인 원자에 있어서 전자는 대단한 역할을 한다. 원자는 전자를 얻거나 잃게 되면 전하를 띤 음이온 혹은 양이온이 된다. 이들은 원자상태와 다른 특성과 반응성을 지닌다.
한 원자가 다른 원자와 상호작용을 할 때 전자를 한 개씩 제공하여 이들을 공유함으로서 공유성 물질로서 자기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전자를 주고 받음으로서 생성된 양이온과 음이온이 정전기적 인력에 의해 이온성 물질로서 자연에 기여할 것인지 생각한다.
이 원자들은 추한 꼴을 보이지 않고, 당당하게 자연에 기여할 수 있는 안정한 화합물을 형성한다. 두 원자가 전자를 주고 받을 때, 공유할 때 너무나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다. 원자들의 상호작용에는 사색당파의 고질적인 악습이 스며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트륨은 상큼하게 전자를 공여하여 양이온이 되고, 염소는 겸허하게 전자를 수용하여 음이온이 된다. 이들 두 이온은 이온결합에 의해 인간의 삶에 절대적 존재인 식염, 염화나트륨으로 탄생한다.
화합물을 형성할 때 원자들은 적대관계가 아니고 보완관계이다. 원자들은 자연에 필요한 안정한 화합물을 형성하기 위해 플라시도 도밍고처럼 관대하고 멋있게 행동한다. 인간들은 원자들의 세계에서 배울 점이 너무나 많다.
한 피겨스케이트 경기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그녀는 “별로 기쁘지 않다. 내가 잘 했기 때문이 아니고 아사다 마오의 실수에 의해 이 영광이 왔을 뿐이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들의 라이벌은 의미있는 선의의 경쟁이였다. 그 결과로 자신과 그의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의 작은 체구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큰 그릇을 품고 ‘절차탁마(切磋琢磨)’했기 때문에 빛나는 별이 되었을 것이다.
인간의 일상사에는 사악한 욕심이 개입됨으로서 다양한 추태가 연출된다.우리나라 정치무대에서는 도밍고의 숭고한 정신과 원자의 합리적 접근법을 맛볼 수 없을까?
나트륨은 자신의 전자를 지키는 것보다 산뜻하게 염소에 줌으로서 이들은 더욱 값진 이온이 되며, 지구를 살리는 소금으로 승화된다. 소금으로 재탄생한 나트륨과 염소의 업적 덕분에 인간이 살아가는 것이다.
<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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