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가산효과, 감산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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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식. 초당대학교 총장

 

   

6·4 지방선거도 끝이 났다. 이어 7·30 재보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정가는 지금 그 결과를 두고 셈이 한창이다. 선거 과정에서 행했던 여러 전략 및 선택에 대하여 효과도 분석하고, 공과도 따진다.

 

아무래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관심을 끌었던 일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과의, 선거를 두달 여 앞둔 시점에서의 합당의 일이었을 것이다. 과연 합당효과는 있었을까. 있었다면 득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까. 나름대로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분명치는 않은 것 같다. 합당을 주도했던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한 야당의 주류와 이에 소외돼 전략공천 등으로 불이익을 받은 비주류의 견해가 크게 엇갈리는 것을 보면, 각자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해석하고 싶어 할 뿐, 정확한 진단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일을 해 나가는 데 있어 ‘어떤 사람과 함께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인사가 만사여서 팀워크가 대개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중요도에 비춰 선택 전에 그 효과를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데 있다.

 

물론 물질들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많은 경우 여러 성분들이 쉼 없이 서로 섞이거나, 나눠지는 분리와 혼합의 과정을 겪는다. 그러나 물질의 경우는 사람과 다르게 ‘혼합에 의해 발생하는 효과’를 정확하게 예측 할 수 있다. 한 예로 물과 알코올을 같은 양 혼합하는 경우, 혼합 후의 부피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해 낼 수 있다. 이 경우 혼합 후의 부피는 원래보다 대략 3% 가량이 작아진다. 이 계산의 핵심원리는 섞여지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분자들이 서로 영향을 받아 자기 고유 에너지인 퍼텐셜 값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물론 성분의 양과 온도 등 주변 여건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 계산 원리를 잘 원용하면 ‘사람들 간의 통합효과를 유추해 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물질계에서는 사람과 다르게 혼합은 쉽게 이뤄지고 분리는 어렵게 진행된다. 그 이유는, 자연계에서는 모든 분자가 에너지를 고루 나눠 안정되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쌀알과 보리를 섞는 장면을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두 성분을 섞는 일은 어린 아이도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원상태로 나눠 분리하는 일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반면 사람은 그 반대다. 자기만의 에너지를 높이는,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이해가 상충돼 헤어짐은 쉽게, 연합이나 통합은 어렵게 진행된다.

 

이에 더해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가 하나 있다. 혼합에서의 가산과 감산효과이다. 빛의 색은 혼합하면 더 밝아진다. 즉 빨강, 파랑, 초록인 빛의 삼원색을 합치면 원래 색보다도 더 밝아진 흰색이 된다. 가산효과다. 반면에 물감의 색은 더 어두운 색이 된다. 마젠타, 시안, 노랑, 즉 액체의 삼원색을 합치면 검정색이 된다. 감산효과다. 즉 끈적끈적한 액체 물질들을 합치면 더 어두워지고, 빛과 같이 투명하고 밝은 분자들은 이전보다 더 밝아진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다르듯이, ‘사람들 간의 통합’에 물질을 예로 들어 해석하려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받아 들여, 자신의 에너지를 나누고 상대를 밝히는, 투명한 물질들 간의 혼합, 즉 욕심 없는 순결혼합에는 ‘가산효과’가 있다는 점은 참고해 볼 만하다. 우리 정치에서, ‘사람들의 이합집산’이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면, 되도록 상호 에너지가 증가하는 ‘가산혼합’ 쪽으로 진행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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