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시험 무대,만사(萬事)냐 망사(亡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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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를 잘하면 ‘만사(萬事)’가 돼 일이 술술 풀리지만 잘못하면 일을 그르치는 ‘망사(亡事)’가 될 수도 있다.

중국 당 태종은 삼경훈(三鏡訓)이라는 세 개의 거울을 교훈으로 삼고 인재를 등용하면서 위대한 황제로 칭송을 받았다.

당 태종이 위징에게 제왕은 무엇을 중시해야 하는가를 묻자 위징은 동경(銅鏡)·사경(史鏡)·인경(人鏡)을 직언했다. 동경은 매일 아침 자기를 비추어 보는 거울이고, 사경은 역사 공부를 통해 국가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경은 인재를 알아보고 골라서 쓰는 거울이다.

그런데 요즘 국내 정치권이 인사를 둘러싸고 시끄럽다.

박근혜 정부 들어 김용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더니 얼마 전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이어 문창극 총리 후보자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시대 정신·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판단, 후보자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제주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행정시장과 지방공기업 사장이 각각 공직선거법 위반, 뇌물 및 배임수재 등 혐의로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직위해제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앞으로 열흘 후면 제주특별자치도지사라는 절대권력을 쥐는 원희룡 당선인도 인사 시험 무대에 오르게 된다.

제주도민들은 원 당선인의 새로운 인사개혁 예고에 눈과 귀를 열어놓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우근민·신구범·김태환 전·현직 지사가 주무르던 이른바 ‘제주판 3김시대’의 선거 논공행상 적폐 해소를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 당선인도 6·4 지방선거운동 기간 선거캠프 참여 인사들로부터 선거 이후 자리나 이해관계를 바라지 않는다는 ‘백의종군 서약서’까지 받았다.

하지만 원 당선인이 이 꿈을 ‘환상’이 아닌 ‘현실’로 승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벌써부터 도민사회에는 행정시장과 지방공기업, 각종 유관기관·단체장 자리를 놓고 특정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정체불명의 ‘설’이 퍼지고 있다. 원 당선인도 지난 13일 제주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도시락 점심을 하면서 ‘인사 청탁’ 때문에 새도정준비위원회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 없어 마을 투어를 다닐 정도라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제 오는 23일까지 원서 접수가 마감되면 선발 절차에 돌입하는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 임명이 첫 관문이 됐다.

원 당선인은 지난 3월 16일 제주시 관덕정에서 도지사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줄세우기·편가르기로 멍들고 지쳐 쓰러진 공직사회와 도민을 위로하고 하나된 제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제주를 바꾸고 그 힘으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것이다. 원 당선인은 19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새 도정 인사와 관련해 야당과 충분히 협의하고, 좋은 인물도 천거받겠다는 사실상의 ‘대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원 당선인의 약속은 스스로가 밝혔듯이 낮은 자세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인재를 제대로 고를 수 있는 투명한 거울을 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덧붙여 원 당선인 주변에 구름처럼 모여든 지지세력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관건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부유불거 시이불거(夫唯不居 是以不去)’를 새겨볼 때이다. ‘어떠한 자리에 앉아 있지 않으니 그 자리에서 떠나야 하는 근심도 없다’는 뜻이다. 권력과 자리에 연연하지 않도록 당선인 주변인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리더십이 기다려진다.

대입 학력고사 전국 수석을 자랑했던 원 당선인이 인사 시험 무대에서도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고를 뽐낼 수 있을지 도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재범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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