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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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和)는 화목이요, 평안함이다. 즉 화평이자 평화로움이다. 아마 옛날은 식량이 제일 귀했던 듯하다. 오죽했으면 모든 귀중품을 제치고 벼 등 곡식(禾)이 입(口)과 함께 있다 해서 화(和)를 ‘화할 화’자(字)로 했을까.

사실 벼(禾)는 입(口)의 어느 쪽에 있어도 무방하다. 왼쪽(和)에 있으나 오른쪽(口禾)에 있으나 똑같은 ‘화할 화’자다. 그저 벼가 입과 함께 있기만 하면 마음 편히 격양가를 부르던 당시의 세상이 부럽다.

만약 한자(漢字)가 요즘에야 만들어지고 있다면 차라리 ‘입 다물 금( )’자(字)를 ‘화할 금’자로 정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요즘은 곡식보다 현금을 더 탐하는 시대요, 그 현금이 입에 들어와야 즐겁고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세태이니 말이다.

이른바 ‘마른 것’으로도 통하는 현찰, 그것도 많이 들어올수록 좋아들 하니 금( )이 어찌 ‘화할 금’자가 안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금( )자는 ‘화할 금’자가 되지 못하고 그만 ‘입 다물 금’이 되고 말았다.

하긴 가만히 생각해보면 거기에는 일리가 있을 법하다. 입(口)에 공돈(金)을 담게 되면 할 말이 없게 된다. 자칫 잘못 얘기했다가는 쇠고랑 차기 알맞을 터이니 아예 입 다물고 지내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그래서 부정한 돈 먹은 자는 아예 변명할 가치조차 없으므로 입을 열지 말라는 질책이 바로 금( )자일 성 싶다.

노무현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란 용어는 쓰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다. 용어 자체가 일방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데다, 북한에서도 별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햇볕정책’과 대체할 적당한 용어는 아직 찾지 못한 모양이다. 용어가 바뀐다고 대북정책의 기조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 어떤 용어가 선택될지는 주목거리다.

우리 생각으로는 화(和)자를 도입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화자(和字)로 구성된 대표적인 용어에는 평화(平和)도 있고, 화평(和平)도 있다. 모두가 거부감이 없는 표현들이다. 그러나 평화는 너무 정치적인 냄새가 있는 데다 과거 세계 유명 독재자들이 너무 많이 써온 표현이다. 호전적인 독재자일수록 평화를 가장했다. 따라서 차라리 평화보다는 화평정책이 어떨까. ‘대북 화평정책’…무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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