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과 돌들이 소곤소곤 대화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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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 화학과 교수

이름 모를 야생화를 향한 눈길 한 번에 마음이 열리고, 발길 한 번에 원망은 뜬구름처럼 흘러간다. 손길 한 번에 시름이 사라지고, 눈높이를 낮춰 입김과 숨결 한 번에 오장육부가 깨끗해지고, 맑은 미소 한 번에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행복감이 충만해진다.

 

돌무리 속 저 들꽃이 어찌 그저 단순한 꽃이겠는가! 그 식물은 자기 보호와 종족 번식을 위해 수많은 영양분과 독성물질을 품고 있다. 이 물질들은 기능성 식품과 화장품, 의약품 등의 원료로 추출·정제·이용된다.
올해는 현호색, 자목련, 공조팝나무, 캘리포니아양귀비, 쇠별꽃, 큰개불알풀, 상사화, 남산제비꽃, 능소화 등과 묵언정진하는 마음으로 더 가까이에서 호흡한 것 같다. 이것이 건강한 100세를 향한 첫 걸음일 것 같다.

 

지난봄에는 현호색, 캘리포니아양귀비, 큰개불알풀이 유난히 정겹고 고왔다. 자연 속에 쪼그리고 앉아 호흡을 가다듬으면 현호색과 하나가 된다. 이 꽃은 고개를 숙이고 겸손과 소박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이들이 연보라색 립스틱을 얕게 바르고 조곤조곤 옆 친구와 대화하는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꽃이 활짝 핀 현호색은 종달새의 머리 깃과 닮았다. 땅에서 솟아오른 종달새, 현호색은 한방에서는 진경제, 진통제 등으로 쓰이며, 활명수에도 이용될 정도로 약리작용이 뛰어나다.

 

야생화를 들꽃답게 만드는 것은 다양한 모양을 지닌 돌이다. 돌은 인간에게 다양한 선물을 제공하며, 인간의 정서적 측면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

 

김종상의 ‘고마운 돌’은 마음의 청정제 같다. ‘가재를 품어 주고/ 물고기를 숨겨 주고,/ 징검돌도 되어 주고/ 빨랫돌도 되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냇물 속에 엎드려서/ 모두를 위해 주는 돌/ 참으로 고마운 돌.’

 

서귀포 지삿개의 주상절리에 현무암과 돌담은 삶의 한 자락이다. 현무암은 마그네슘, 칼슘, 철, 규소 등의 산화물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과학실험 지침서이다.

 

화강암 등 암석은 자연 방사성물질인 우라늄, 라듐, 라돈 등 40여 종의 원소를 함유하고 있다. 돌은 가재를 품어줄 뿐만 아니라 방사성원소를 내포하고 있어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과 무생물들은 방사성원소를 품고 있다. 지구상에 자연 방사성원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구의 구성원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방사성물질을 무자비하게 이용함으로써 자연환경이 신음하고 있다. 우리가 방사성물질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며 이용한다면 응용분야는 수없이 많다.

 

핀란드처럼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는 제주도도 ‘숲과 저수지의 전원도시’로 자리매김하면 좋을 것이다. 숲과 저수지의 천국에 수많은 별들, 돌들, 들꽃들이 올망졸망 모인 곳에서 아름다운 전설이 호흡하길 염원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우리 주위에 엎드려서 모두를 위해 주는 참으로 고마운 돌들이 야생화와 소곤소곤 대화하는 자연환경을 가꾸는 것은 건강한 삶의 밑바탕이다.

 

핀란드는 국토의 80%가 숲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만 개에 달하는 호수를 가꾸고 있다. 이처럼 수목과 저수지, 야생화와 돌의 천국을 조성하는 것은 미세먼지와 방사성물질에 의한 골칫거리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다. 이것이 바로 제주도가 동양의 진주로 재탄생하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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