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러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지난 11일 한국 테니스 간판스타 이형택(27.삼성증권)이 한국 남자 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ATP(세계남자테니스협회) 투어대회 우승이라는 승전보를 전해왔다.

이형택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아디다스 인터내셔널 테니스 결승에서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와 풀세트 접전끝에 2대1 역전승을 거두고 생애 첫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더구나 한국 남자선수의 투어대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테니스 100년사에 길이 남을 만한 한판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한 이 경기를 토요일 낮 국민들은 TV를 통해 지켜봤다.

1970년 이후 테니스 붐과 함께 용구의 국산화로 동호인이 늘면서 한때 인기 스포츠로 각광받았던 테니스가 골프, 축구, 야구 등에 밀리면서 동호인 수가 줄어드는 등 사회체육의 한켠으로 비켜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 많았던 사설 테니스장은 눈 씻고 찾아 보기 어렵고 느는 것이 골프연습장, 실내스포츠센터 뿐이다. 때문에 테니스 경기를 TV로 지켜보며 서로 주고 받는 점수 계산법에 의아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0점은 러브, 1점은 15, 2점은 30, 3점은 40, 그리고 한 점을 더 따면 게임이 끝난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게 되고, 테니스 동호인이나 익숙한 사람들은 으레 그런 것이려니 하고 그냥 넘어간다.

사실 15, 30, 40이란 점수는 시계의 문자판에서 생겨났다는 설과 중세 유럽에서 사용되던 60진법의 영향을 받은 화폐에 그 유래가 있다는 설 등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로 시계의 문자판을 이용해 득점을 표시하던 때도 있었다는 점에서 전자가 더 설득력을 얻는다.

그리고 또 하나 15, 30, 45가 돼야 하는데 왜 15, 30, 40인가. 여기서는 어느 심판의 아이디어라는 주장이 있다. 시계 문자판을 이용했을 때 45로 하면 듀스가 되었을 때 더 이상 표시를 할 수 없어 50으로 어드밴티지, 60으로 게임오버 표시를 했다. 다시 듀스가 되면 40으로 되돌아온다.

여기서 가장 표현이 애매한 것이 ‘러브(Love)’다. 처음의 포인트 0을 러브라고 부르는 것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먼저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설이다.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상대방의 기분을 감안해서 우아하게 러브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또 하나 유력한 설로 달걀을 뜻하는 프랑스어 ‘loeuf(레프)’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에게 매력적인 주장은 근거는 좀 약하지만 점수를 못 딴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한 점이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영패를 당해도 러브게임이다. 신사 스포츠다운 절묘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테니스는 승자가 패자를 배려할 근거를 규칙에 고스란히 남겨놨다. 최근 경찰 수사독립권으로 불거진 검.경 갈등, 공신.역적으로 대변되는 살생부 파문, 얼굴 없는 사이버 공방 등 사회 일각에서는 주의, 주장 등 말들이 많다. 어느 때보다 테니스 규칙에서도 볼 수 있듯 상대방을 ‘러브’라 부르며 배려할 줄 아는 지혜가 아쉽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