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와 인간의 다양한 얼굴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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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 화학과 교수

화덕에서 비롯된 화로는 숯불을 담아놓는 그릇으로 선조들의 정신적 산물이다. 우리 민족은 옛적부터 숯불을 이용해 온 목탄문화를 형성했다. 근대의 전기다리미를 사용하기 전까지 그 독특하고 풋풋한 숯내음 속에 의생활 문화가 형성되었으며, 바느질할 때 쓰는 인두에도 숯불이 필요했다.


숯(charcoal)은 탄소 덩어리(blocks of carbon)로서 불씨를 계속 보관하는 재료였고, 지난 날 불씨를 끊이지 않게 하는 것은 주요한 일이었다. 3대째 계속 이어오는 불씨라는 말도 있어서 숯불 보관은 그 집의 품격으로 인식했다. 불씨가 꺼져 이웃집에 이것을 빌리러 가는 것은 일종의 수치로 여겼다.


예전에는 불씨가 담긴 화로를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대대로 물려주었으며, 종가에서 분가할 때에는 그 집의 맏아들이 이사하는 새집에 불씨 화로를 들고 먼저 들어가는 관례도 있었다. 이처럼 우리 선조 여인네들은 부엌을, 가정을 꾸리고 지키기 위해 숭고한 정신을 발휘했다.


이와 유사한 내용물을 담고 있는 신화도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헤스티아(Hestia)는 가족의 삶과 신전을 수호하는 화덕의 여신이였다. 제우스는 삶의 터전인 가정을 잘 가꾸고 보호할 수 있도록 이 여신에게 배려를 했다. 즉 헤스티아가 인간이 바친 공물 중 최고를 받을 수 있도록 신전의 중심에 앉혔다.


사람들은 화덕에서 불타오르는 영원한 불길로 그녀의 숭고한 영혼을 기렸다. 한 작가는 “헤스티아의 신성한 화덕불이 빛과 온기와 요리에 필수적인 불을 제공했다”고 읊었다. 빛과 열과 요리는 인간 삶의 주춧돌이다.


우리의 삶에 숯과 불은 대단한 존재이다. 숯은 대부분이 탄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 탄소는 너무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몇 가지의 얼굴 모습을 지니고 있을까? 사람은 웃는 얼굴과 성난 얼굴, 행복한 얼굴과 짜증난 얼굴, 진솔한 얼굴과 간사스런 얼굴 등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의 얼굴 모습과 달리 탄소는 다른 차원에서 여러 가지 얼굴로 자신의 진명목을 표현한다. 탄소의 여러 가지 얼굴 모습 덕분에 과학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했다. 인체에 중요한 단백질과 탄수화물도 탄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탄소와 숯의 내면세계가 바로 인간의 바탕이며 삶의 흔적이다.


탄소는 무수히 많은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이들을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이산화탄소라는 기체로 사라져 버린다. 인간이 소유하길 소망하는 다이아몬드도 가열하면 대기 중으로 자취를 감춘다. 이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작용에 필수물이면서 온실기체로 작용한다.


탄소는 다이아몬드, 흑연, 풀러렌(fullerene), 탄소 나노튜브(nanotube) 등 다양한 얼굴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이들 물질은 탄소만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은 탄소에 의한 구조가 상이하여 다른 모습으로, 다른 용도로 인간세계를 조롱한다.


불순물을 소량 함유한 탄소도 천의 얼굴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이들에는 철광으로부터 철을 생산하는 공정에 사용되는 코크스(coke), 타이어의 마모를 감소시키기 위해 고무에 섞어주는 카본블랙(carbon black), 기체 등 불순물 여과와 설탕 탈색에 사용되는 활성탄소, 그리고 가정의 바비큐용 연료로 이용되는 탄소 덩어리 등이 있다.


이처럼 숯의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탄소의 얼굴이 천태만상이며, 이들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했으며, 인간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화난 얼굴, 질투심이 가득한 얼굴, 증오에 찬 얼굴들은 삶에 어떤 역할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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