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상품 공세로 향토업체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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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여행사들, 손익분기점 보다 30% 낮은 상품 출시
호텔·식당·맛사지숍 등 자체 패키지 여행 위주로 독점
업계"중국 자본과 상생 방안 조속히 마련해야"성토
   

“중국 여유법(旅遊法) 시행 이후 제주관광의 싸구려 이미지가 여전한 것은 물론 도내에 진출한 중국계 여행사가 관련 업종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독점체제를 구축해 향토 업체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도내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세월호 사태 이후 단체관광객이 줄면서 대신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려고 했지만 엄청난 가격 덤핑으로 인해 모객을 포기했다.

 

A씨는 대신 직접 중국인 개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여행상품 판매에 나서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중국계 여행사의 여행객 독점으로 인해 결국 진출하지 못했다.

 

A씨는 “중국계 여행사들이 무리한 가격 덤핑을 통해 중국인 여행객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물론 도내에서 호텔과 식당, 전세버스까지 사들이거나 임대하면서 사실상 지역 업체들의 살길을 막고 있다. 행정당국이 이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는다면 지역 업체들이 줄도산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처럼 외형적으로 폭발적인 양적 성장을 거듭해온 제주의 중국인 관광시장 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여유법 시행 이후에도 내용적으로 제주에는 떨어지는 게 없는 ‘저가 투어’가 여전한 상황인 데다 이 때문에 중국인과 화교들이 운영하는 여행사들이 현지에서 보내는 중국인 관광객을 사실상 독점하는 ‘먹이사슬 구조’가 도욱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행사부터 시작된 중국인 운영 관광 업종이 최근에는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과 쇼핑점, 전세버스, 맛사지숍 등으로 급속하게 확장하면서 이른바 ‘자체 패키지 상품’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커져 지역 업체의 시장 잠식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제주관광은 싸구려?…초저가 상품 여전=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포럼이 최근 발표한 ‘1000만 관광객 시대 제주의 동북아 관광허브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한 여행사가 판매하는 제주를 포함한 한국 여행상품의 가격은 6박7일 일정이 4380위안(74만여 원)부터로 일본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같은 일정 여행상품과 비교했을 때 30% 정도 낮은 가격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제주와 서울~부산~제주를 잇는 4박5일 일정의 상품을 중국 현지 여행사가 판매하는 가격은 최소 61만원에서 최대 75만원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들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1박 평균 지상비용이 2만2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관련 업계가 제시하는 손익분기점인 4만4000원을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도내 관광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국의 저가 상품이 여전한 데다 중국계 여행사를 통해서만 중국인 관광객을 모객할 수 있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인 관광객들을 모객할 경우에는 옵션관광이나 쇼핑센터 송객 수수료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사업 영역 넓혀가는 중국자본…설 자리 잃은 지역업체=본지의 취재 결과 도내에서 중국인 및 화교가 운영하는 일반 여행업체는 21곳에 달하고 있다.

 

이는 도내 전체 일반 여행사(208곳)의 9%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중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도내 숙박시설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3개소에 객실수가 1025실에 이르고 있다.

 

유형별로 보면 관광숙박업 8개소(721실), 일반숙박업 3개소(304실) 등이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시 연동이 8개소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도2동과 노형동, 한경면 판포리, 서귀포시 대포동, 동홍동이 각 1개소씩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국인이 운영하거나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 대상 쇼핑점도 무려 2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도내 관광업계는 분석했다.

 

이밖에 중국자본들은 도내 식당은 물론 전세버스 임대와 맛사지숍 운영까지 사업 영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도내에 있는 중국계 여행사들은 직접 임대한 전세버스를 이용해 중국인이나 화교가 운영하고 있는 호텔과 쇼핑점, 식당, 맛사지숍 등을 이용한 자체 패키지 상품까지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자본들이 여행사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을 독점하는가 하면 식당과 전세버스, 맛사지숍까지 운영하는 사실상 도내 관련 업체들은 중국인 관광객 모시기에서 소외되고 있다.

 

도내 한 음식점 대표는 이와 관련, “예전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자주 방문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아예 발길이 끊긴 상황”이라며 “중국인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데도 도내 업체들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고경호·문정혁 기자 uni@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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