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 초석 다진 '제주마의 본향' 의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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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마공신 김만일 대규모 목장 운영...말테마 마을 조성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는 조선시대 약 200년 동안 제주의 기반 산업인 말 사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제주마의 본향(本鄕)’으로 꼽히고 있다.

조선시대 최대의 말 생산기지였던 제주에는 국영목장 10개소(10소장)가 있었으나 의귀리 출신 김만일(1550~1632)이 운영한 사마목장(私馬牧場)은 국영목장을 압도했다. 조정에선 좋은 말은 모두 그의 목장에서 구하려고 했다.

의귀리에서 교래리까지 펼쳐진 광대한 그의 목장에는 많게는 1만 여 마리의 말이 사육됐고, 국란이 있을 때마다 헌마를 했다.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1594년부터 1627년까지 7차례에 걸쳐 1300마리가 넘는 말을 바친 그는 1620년(광해군 12년) 정2품 오호도총부 총관을 제수받으며 헌마공신이 됐다.

1628년(인조 6년) 당시 79세였던 그는 종1품 숭정대부에 임명돼 조선시대 제주인으로서는 가장 높은 벼슬에 올랐다. 숭정대부는 영의정·좌의정·우의정 등 삼정승 다음의 최고 명예직이다.

김만일의 손자 김남헌은 1724년 기근으로 굶주리는 도민들이 속출하자 비축미 1340석을 풀어 구휼을 했고, 선행에 감복한 영조대왕은 비단옷 한 벌을 하사했다. 임금이 하사한 옷을 받은 마을이라 해서 마을 이름이 ‘의귀리(衣貴里)’가 됐다.

현재 427세대, 1114명이 살고 있는 의귀리는 국난극복에 공헌한 김만일을 재조명하고, 전국 최고의 말 공급기지이자, 가장 번창했던 목장이 있었던 자긍심을 계승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8년 이사무소에 ‘제주마의 본향’을 알리는 표석을 세웠고, 말을 형상화한 엠블럼과 캐릭터, 마을기를 제작했다.

2010년에는 지역 소득 창출과 관광 인프라 확충을 위해 ‘말 테마 체험마을’을 건립하기 시작했다. 현재 90%의 공정률을 보이는 승마장 및 교육장은 내년에 개장을 앞두고 있다.

특색 있는 승마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자연 치유와 레저가 가능한 10㎞에 달하는 ‘말레길(馬路)’도 개설될 예정이다.

올해 제주가 말산업 특구로 지정되면서 의귀리는 말산업 선도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오문식 의귀리장은 “의귀마을공동목장은 약 100만평(330만㎡)에 이르면서 말산업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며 “말을 테마로 한 다양한 사업의 구심점은 헌마공신 김만일에 있다”고 말했다.

오 이장은 “지난 10일 마테마영농조합법인(가칭) 발기위원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제주마 본향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마의 해’를 맞아 김만일의 삶과 공적을 재조명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마을 주민이자 김만일 연구가인 김관철씨(50)는 “김만일은 조선왕조실록에 16번이나 등장할 정도로 제주인의 기개를 높였지만 후대의 평가는 너무 인색했다”며 “탁월한 목축가이자 조선시대 최고의 CEO를 넘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인물이 김만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선시대 제주마 값은 면포 50필로, 노비 매매가격의 3배 이상이었는데 엄청난 말을 바친 것은 나눔 경영의 효시라 볼 수 있다”며 “임진왜란과 정묘호란 등 국란이 있을 때마다 전마(戰馬)를 바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마축 개량 및 번식기술을 소유함은 물론 뛰어난 통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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