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당선자의 남·북정상회담 제의
盧 당선자의 남·북정상회담 제의
  • 김경호
  • 승인 200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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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외국 언론과의 회견에서 “대통령 취임 후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현재 한반도에는 북핵 위기를 비롯해 임동원 대북특사의 27일 방북, 남한의 새 대통령 취임 등 중요 사안들이 걸려 있다. 특히 노 당선자는 취임 후 미국을 방문할 계획인 데다 엊그제는 서울에서 제9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렸지만 핵 해결에는 별 진전이 없었다. 이러한 시기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남.북정상회담 제의 표명은 매우 주목된다.

우리는 노 당선자가 취임 후 남.북정상회담을 실제로 제의할 것으로 믿고 싶으며 또 그러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노 당선자가 미리 이러한 의중(意中)을 밝힌 것은 북한에 대한 사전 메시지로 해석한다.

물론, 노 당선자의 남.북정상회담 제의에는 이론이 있을 수도 있다. 노 당선자가 직접 얘기했듯이 거부했을 때의 위신 손상 문제도 생각할 수 있으며, 한.미 간의 갈등을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협상과 대화에 의한 북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이 대원칙이라면 북한의 수락 여부를 떠나 제의 자체를 기피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거절이 두려워서, 또는 미국과의 갈등이 염려돼서 남.북정상회담 제의마저 마다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성사 여부를 떠나 정상회담만큼 필요한 것도 없을 줄 안다. 특사도 중요하고, 남.북 장관급 회담도 중요하지만 남.북 정상끼리 만나 논의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노 당선자의 제의가 받아들여질 경우 정상회담 시기를 언제로 하느냐에 있다. 우리는 노무현 새 대통령이 방미(訪美)에 앞서 남.북정상회담을 먼저 갖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있을지도 모를 한.미 갈등 해소나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데 방미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각을 말해야 한다. 공식 제의 직후에 답해도 무방하거니와 임동원 특사의 방북길에 사전 메시지를 보내면 더욱 좋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이미 서울 답방을 약속한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 당선자의 제의를 받아들여 약속대로 답방을 하든, 평양에서 만나든 남.북 정상끼리 다시 만나 핵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 주었으면 한다. 이것이 북.미 간 대화를 복원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