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자연공원과 건강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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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
   
요즘 도심 인근의 산과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아마도 건강한 삶, ‘웰빙(well-being)’에 대한 욕구와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또한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캠핑 문화의 확산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쾌적한 공기를 마시면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기 위함일 것이다.

최근 강원도에 있는 태백산 도립공원을 대학원생들과 함께 가서 방문객들에게 태백산이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질병 치유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그리고 태백산의 건강 증진 가치를 위해서 얼마를 기부할 수 있는지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백산을 찾는 것이 건강과 질병 치유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흥미있는 부분은 건강 증진을 위해서 태백산을 많이 찾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기부금을 낼 수 있다고 답하였다.

이처럼 전국의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등과 같은 자연공원은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장소일 것이다.

최근 미국과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Healthy Parks Healthy People(HPHP)’라는 새로운 국립공원 관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HPHP는 인간과 자연을 서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건강한 지역사회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립공원 등의 자연공원은 야생동물의 서식지 역할, 생물종 다양성 증진, 미기후 조절, 수원 함양, 공기정화 등의 생태적, 환경적 가치를 강조해 왔다면, 이젠 인간의 건강한 삶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국립공원 등의 우수한 자연자원을 보전할 것인가, 지역 경제발전을 위해서 개발할 것인가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현대인들의 삶에서 건강의 중요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과 호주 등의 HPHP 정책과 같이 어떠한 모습을 가진 국립공원일 때 과연 인간의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줄 것인가,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가를 공원정책수립에 중요하게 고려한다면 개발과 보전의 충돌을 조정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대인들의 많은 관심이 건강과 웰빙에 있다면, 이젠 국립공원 등의 자연공원 관리 정책도 그에 부합하도록 발전시켜 나가야 될 것이다. 공원 방문객들의 신체활동을 감소시키는 편의 위주의 과도한 시설물 설치, 건강한 먹거리와 거리가 다소 먼 음식문화 및 관련 시설 등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 듣고, 다양한 동·식물들을 볼 수 있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건강한 먹거리를 경험할 수 있는 자연공원을 통해서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단기간에 많은 관광객을 유도하여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고자 하는 공원 개발행위 못지않게 잘 보전된 자연공원을 통해서 오랜 시간 동안 지역주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문득 태백산에서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서 공원 출입구 주변의 식당에서 담배를 아주 맛있게 피우면서 술을 드시고 계시는 한 할아버지께 다가가 “할아버님, 좋은 공기도 마시고 땀도 흘리시고 한 십년은 젊어지셨을 것 같네요. 담배와 약주만 줄이면서 더 건강해 지실 것 같네요” 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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