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바뀝니다’한 달, 그리고 4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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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키울 인물, 제주가 키울 인물, 제주가 바뀝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6·4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선거공보에 내건 슬로건이다.

원 지사는 지난 3월 16일 제주시 관덕정에서 도지사 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후 제주도민들의 ‘원희룡 환상’을 등에 업고 두 달여 만에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관심은 과연 4년 후 ‘더 큰 제주로 바뀌었습니다. 더 큰 인물로 키워야 합니다’라는 공감대를 도민들 속에서 찾을 수 있을까이다.

도민들은 ‘변방의 섬’ 출신으로 대입 학력고사 전국 수석과 사법고시 수석의 신화, 수도 서울에서의 3선 국회의원 경력을 뽐낸 ‘똑똑한 천재’ 원 지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또 과거 20여 년간 의 ‘제주판 3김(우근민·신구범·김태환 도지사)시대’의 종식과 변화의 희망을 원 지사에게서 찾았다.

그런데 원 지사가 지난달 1일 취임 후 한 달여 동안 보여준 ‘더 큰 제주, 새로운 성장’을 향한 비전과 정책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일지는 의문이 들게 한다.

원 지사는 지난 3월 출마 회견 당시 “제주를 대한민국의 1%라고 하지만 제주가 지닌 가치는 매우 크다”며 “제주의 경제규모를 현재 12조에서 25조로 5년 이내에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지난 6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320회 임시회에서 ‘홍콩·싱가포르와 같은 경제 허브의 도시, 파리와 같은 문화의 도시, 브라질 꾸리찌바와 같은 생태환경도시, 하와이와 같은 체류형 관광 도시’ 미래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6·4 선거 과정이나 민선 6기 출범 후에도 이를 구체화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도민들의 뇌리에 각인될 만큼 눈에 띄는 공약이나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제주삼다수’ 처럼 임팩트 있는 히트 상품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원 지사는 선거 당시 경쟁자였던 신구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파격적으로 새도정준비위원장으로 영입했지만 신 위원장의 제안 가운데 중·장기 과제로 넘겨진 것도 있어 ‘정책 탕평’ 성사 여부도 미지수이다. 이 때문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비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앞서기도 한다.

원 도정 출범 초기부터 끊이지 않는 인사(人事) 잡음도 변화를 바라는 도민들의 기대와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공개 모집을 거쳐 임명한 행정시장, 서울본부장은 새로운 인사 실험을 위해 낙점됐거나 원 지사와 가까운 인물로 배치, ‘무늬만 공모’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시민단체 출신인 이지훈 제주시장의 경우 ‘천년의 숲’ 비자림 인근 불법 건축 의혹에 휩싸여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지난달 31일 건축신고 수리부터 준공까지 8개 사항의 위법·부당사실을 확인하고 공무원 7명 징계를 요구했고, 이 시장은 여론이 악화되자 급기야 7일 사임을 공식화했다. 원 지사도 인사 실패에다 장기간 침묵을 지켜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 때문에 원 지사는 도지사로서 제주에 사는 사람들을 먼저 바라보기 보다 중앙정치를 염두에 두고 ‘이미지’를 우선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도민사회 일각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환상이 깨지면 자칫 환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

2012년 ‘새 정치’, ‘새 인물’ 열망에 힘입어 혜성처럼 나타난 ‘안철수 현상’도 사그러질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 피부에 와닿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데다 ‘나홀로 중대 결정’, 7·30 재보선에서의 잘못된 전략 공천 등 때문이다.

큰 인물의 탄생을 꿈꾸는 도민들은 원 지사가 자신과 소수 지인들의 울타리를 벗어나 도민사회와 호흡하는 리더십으로 인재의 등용, 임팩트 있는 성장동력 발굴을 보여주기를 갈구하고 있다. 4년 후 도지사 성적표가 궁금해진다.



<김재범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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