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을 초의 밀랍처럼 만드는 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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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복잡함이 사라지고 단순함이 오롯이 드러날 때 그 깊이는 더해지고 아름다움은 더욱 빛이 난다. 즉, 단순함은 모두를 내포한 최고의 경지이다. 수소 원자는 양성자와 전자를 한 개씩 가진 가장 단순한 원자이다. 우주 공간에서 수소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자도 없을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과 물질은 100여 가지 원소의 장난에 의해 존재한다. 이들 원소 중에 수소는 가장 가벼우며 단순하다. 그러나 이 수소는 연료, 수소 자동차, 핵융합, 산성비, 단백질, 지방, 물, 위산인 염산(HCl), 식초, 그리고 여타 약산과 강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주 전체 질량의 약 75%가 수소인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과 다른 별들은 주로 수소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핵연료 역할을 한다. 최초에 대기 중에 있던 수소기체 대부분은 우주 공간으로 사라졌다.

 

지방과 기름은 글리세라이드(glyceride; 탄소, 수소, 산소로 이루어진 화합물)라는 일반적인 구조를 가진다. 이들은 대체로 지방은 실온에서 고체이지만, 기름은 액체이다.

 

불포화 글리세라이드는 곁사슬(side chain)에 탄소간의 이중결합(C=C)을 한 개 이상 가지고 있는 화합물이다. 이에 반해 포화 글리세라이드는 모든 결합이 단일결합(C-C)이며, 수소 수가 최대로 존재하는 경우이다.

 

기름이 수소와 결합하면 더 진하고 단단해진다. 그래서 불포화 상태 전체를 수소와 결합(수소 첨가 반응)시키면 기름은 초의 밀랍처럼 단단해진다. 그토록 단순한 수소가 기름을 단단한 고체 덩어리로 변화시킨다. 이것이 과학의 묘미이다.

 

불포화 상태를 부분적으로 수소와 결합시키면 흥미로운 물질이 탄생할 수 있다. 마가린(margarine)은 액체인 식물성 기름을 수소를 이용해 부분적으로 고체화시킨 제품이다. 인간은 과학을 입고, 과학을 신고, 과학을 먹고, 과학과 함께 죽어가는 존재이다.

 

우리의 건강관리·유지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포화·불포화 지방산에서 수소의 수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술의 주인공인 에탄올과 인체의 주성분인 물에서도 수소가 차지하는 위치는 대단하다.

 

앞으로 수소기체는 에너지원으로써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수소는 연소하면 물만 생기고 오염물질이 생성되지 않는 청정연료이다. 또한 이 기체의 발열량이 석유보다 약 3배가량 높다. 물론 이것은 수소 연료전지로써도 가치가 있다.

 

액체 수소는 미국의 우주개발에서 연료로 사용했다. 수소는 최초로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켰던 Saturn V 로켓을 발전시켰고, 우주왕복 비행선의 로켓 엔진의 연료로 사용되었다.

 

수소분자(H-H, H2)는 -253℃에서 액화되고, -259℃에서 고체화되는 무색·무취의 기체이다. 이 수소분자가 산소기체와 함께 연소하면 물이 된다. 이 단순한 화학반응 속에 생물의 생명과 관련된 비밀이 내재돼 있다.

 

가장 단순한 물질인 수소는 생명체의 중요한 원소이다. 실제로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은 수소의 두 가지 성질에 기인한다. 즉, 탄소와 수소의 ‘전기음성도’가 비슷하고, 수소가 공유결합하고 있는 질소 혹은 산소와 ‘수소결합’을 형성하는 것이다.

 

수소결합은 생체분자에서 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백질은 사슬들 간의 수소결합에 의한 교차결합에 의해 모양이 유지된다. 유전자인 DNA와 RNA의 가닥들도 수소결합에 의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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