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된 상천분교장 모록밭목공교실이 배움의 맥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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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학교 설립 추진...변변한 교실없어 노천서 수업받기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40여 세대에 1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중산간 마을이다.

 

이 작은 중산간 마을에 마을 규모만큼 이나 작은 배움터가 자리 잡았었다. 바로 1962년 5월 1일 문을 열었다가 1992년 3월 1일 폐교된 창천초등학교 상천분교장.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480-7번지, 마을 한복판에 자리했던 상천분교장터에 들어서면 ‘배움의 옛터 표지석’이 세워져 있어 이 곳이 상천분교장터임을 알려주고 있다.

 

현재 이 상천분교장터는 ‘모록밭목공교실(대표 고재권)’이라는 이름의 목공예 교실로 운영되고 있다. 분교장터 곳곳에는 의자, 책상, 침대, 옷장 등으로 변신할 나무들이 쌓여 있고 아담한 정자도 세워져 있다. 또한 목공예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공간 역시 나무로 지어져 있어 목공예배움터의 정취를 한껏 품어내고 있다.

 

특히 30년 동안 상천리 마을 어린이들이 앉아서 공부했던 75㎡ 규모의 옛 교사(校舍) 건물이 아직도 남아 있다. 2001년부터 이 곳에 자리잡은 모록밭목공교실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부터, 귀농·귀촌자,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이 찾아 목공 기술을 배우고 있다.

 

모록밭은 상천리의 옛 이름으로 백록담의 사슴이 새끼를 낳을 때 이 마을 모록괴를 찾아 새끼를 쳐 모록밭이라 부른다는 전설이 있다.

 

▲상천분교장 탄생 상천분교장의 모교인 창천초등학교는 1946년 설립인가가 나고 이듬해인 1947년 3월 5일 창천리 향사에서 문을 열었다. 창천초등학교 설립이 인가된 1964년에 상천리 주민들과 이웃 마을인 광평리 주민들은 상천리와 광평리를 한 학구(學區)로 하는 상광분교장 설립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4·3사건으로 마을은 불에 타고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지면서 학교 설립의 움직임은 중단됐다. 그러다가 1954년 6월 상천리가 다시 재건되고 각지로 흩어졌던 주민들이 하나 둘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다시 아이들의 배움터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박득환 마을이장을 중심으로 학교 설립을 추진, 8년 만인 1962년 4월 6일 창천초등학교 상천분교장 설립이 인가되고 5월 1일 개교됐다.

 

당시 이 마을 김신석씨가 5190㎡, 최경동씨가 702㎡, 김행부씨가 330㎡의 학교 부지를 기증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말이 학교지 어린이들은 교실이 없는 학교에서 노천수업을 받다가 그 해 한·미 협조(UNITED STATES-KOREA COOPERATION) 아래 75㎡ 규모의 교실 1동이 신축되면서 학교다운 면모를 갖추게 됐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상천분교장은 어린인들의 배움터로 미래의 꿈을 키워줬었으나 취학 어린이의 감소로 결국 개교 30년 만인 1992년 3월 창천초등학교로 통합되며 문을 닫게 됐다. 상천분교장은 30년 동안 14회에 걸쳐 10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모록밭목공교실 상천분교장의 뒤를 이어 ‘모록밭목공교실’이 배움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초등학생은 물론 귀농·귀촌자 및 성인들을 대상으로 목공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모록밭목공교실은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으로부터 ‘전통문화 인성교육 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됐다.

 

이 곳은 귀농·귀촌자들에게 목공기술을 가르쳐 주고 있다. 또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성인 및 목공기술을 배우려는 주부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의복·주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활소품을 내손으로 직접 만드는 DIY(Do It Yourself) 붐이 일면서 목재로 각종 소품과 자신의 집에 필요한 의자, 책상, 침대 등 각종 가구를 직접 만드는 목공예 도전자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 곳에서도 목공기술을 배우려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초급반과 중급반 목공교실을 운영되고 있다. 또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목공예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이 곳을 찾은 어린이들은 삼나무 원목으로 연필꽂이, CD꽂이 등의 소품을 직접 만들어 보면서 창의력과 집중력을 키우고 있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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