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달리 겸손을 실천하는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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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인간과 달리 겸손을 실천하는 식물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식물은 자신이 처한 위치를 잘 알고, 멋진 삶의 지혜를 잘 가꾸는 존재이다. 인간과 식물을 비교하면 인간의 존재 가치가 그렇게 뛰어난 것 같지가 않다. 인간이 식물에게 배울 점이 너무 많다. 식물의 내면세계를 음미하면 할수록 식물의 존재가 경이롭다.


식물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자연환경을 쾌적하게 관리한다. 식물은 광합성작용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상쾌한 산소기체를 선물한다. 인간은 식물을 위해 무엇을 제공하고 있을까?


인간과 동물은 식물의 광합성작용 덕택에 생명을 지탱하고 있다. 식물처럼 인간의 한 신체 부위에서도 광합성작용을 수행할 수 있으면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음식물을 섭취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식물이 광합성작용을 수행할려면 광에너지가 필요하다. 식물도 태양이 없으면 자신의 존재 가치가 무의미함을 깨닫고 있다. 이들은 태양의 존재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여기서 이들은 “겸손”이라는 단어를 확실히 체득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래서, 식물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자연을 숨쉬게 한다. 식물들이 없는 자연은 자연이 아니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과 달리 식물들은 자신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다.


식물들은 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과 종족을 보호?번식하기 위해 독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독성 성분을 자연을 향해 함부로 내뱉지는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식물의 독성 성분을 추출·정제·희석하여 의약품으로 이용한다.


인간과 비교하면 식물의 아량과 포용력은 넓고도 넓은 것 같다. 이에 비하면 인간의 도량은 밴댕이 소갈머리 같다. 식물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겸양과 아량으로 산소 기체와 영양분 등을 수없이 베풀면서 종국에는 인간에게 자신을 송두리째 맡긴다.


인간을 숨쉬게 하는 헤모글로빈(Fe 금속 화합물)과 식물의 광합성작용을 책임지고 있는 클로로필(chlorophyll, 엽록소 ; Mg 금속를 함유하고 있는 포프피린 화합물)의 구조가 신기할 정도로 비슷하다. 물론 그들 화합물이 품고 있는 금속은 상이하다. 이것이 생명체의 묘미일까?


이 엽록소는 식물의 푸른 색소로 ‘식물의 피’라고 칭할 수도 있으며, 체내 독소제거와 미용 등에 효과적인 물질이다.  R. Willstatter, H. Fischer 등은 클로로필에 대한 연구의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클로로필은 인간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멋진 존재이다.


우리가 식물은 단순히 식물일 뿐이라고 치부해도 될까? 수 억년 전의 지구는 이산화탄소, 질소, 수증기 등 몇 가지 물질만 존재하는 ‘지옥의 모습’이였다. 그러나, 식물이 탄생함으로서 쾌적한 산소와 함께 지구는 천국으로 변모했다. 식물은 지옥을 천국으로 변화시킨 최고의 걸작품이다.


식물의 사라짐은 자연의 황폐화와 함께 인간의 사라짐을 의미한다. 지난 해부터 제주도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 자연이 홍역을 치렀다. 최근 제주도에서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우는 재선충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벌목작업을 실시했다.


이 결과로 발가벗은 자연 환경은 꼴볼견으로 변했다. 이 꼴볼견은 인간의 내면세계이다. 이 결과는 바로 인간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 허허벌판과 민둥산에 대체 식물로 옷을 입히고 가꾸는 것이 시급하다. 물론 제주도에 어울리는 자연의 옷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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