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당선자와 뗏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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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예측케 하는 행보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7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인사원칙의 일단을 밝혔다.
우선, 자신과 뜻이 맞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지역편중 인사도 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색깔이 분명한 노무현 개혁풍을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이를 입증하듯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에 한 번도 언론에 거명된 바 없는 40대 초반의 여성 변호사 박주현씨가 이날 전격 내정됐다. 국민참여수석제도의 신설은, 노 당선자의 오늘이 있기까지 최대 후원자인 ‘국민참여’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당선자의 정치적 결단으로 받아들여졌다. 새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에 파격적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말이다.
지난 26일엔 임채정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한마디했다.

‘한 달에 걸친 인수위 활동이 정책은 혼선을 초래하고, 세금은 깎으면서 재정 충당은 의문이고…’ 하는 등의 지적을 받고 있던 터였다. 그는 “인사.행정.재정 시스템을 재검토하여 남은 한 달 동안 새 정부가 버릴 것과 취할 것을 분명히 가리겠다”고 해명하면서 국민이 신뢰를 갖고 개혁 정책에 참여해 주기를 바랐다.

이런 가운데 노 당선자는 27일 대구와 28일 광주에서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 주제의 국정토론회를 통해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약속하며 제주를 포함, 8개 지방도시를 순회 중이다.

그래서인지 지방은 지금 뭔가 해보고자 하는 분위기다. 당선자의 약속을 주시하면서….

사실, 노 당선자는 지난 5년 전 외환위기에 이어 또다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시기에 선출됐다.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은, 당선자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마무리해 주길 바라면서 현재까지도 당선자측에 고언(苦言)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바탕은 당선자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모든 집착을 버리라는 주문, 이른바 ‘뗏목론’이다.

‘강을 건넜으면 으당 뗏목을 버려야 한다. 강을 건넌 뒤에도 뗏목을 걸머지고 가야 한다면 어리석은 짓이다. 그 무게로 결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계시에 다름 아니다.

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금강경(金剛經)에서 비롯된 뗏목론은 현실과 이상에서 여러 형태로, 철저하리만치 무(無) 집착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우선, 선거 때 생긴 네편과 내편을 물리치는 인사개혁에 승부를 걸 것을 주문한다.

둘째, 이제는 대선 공약에 집착하지 말며, 무리한 공약은 과감히 폐기토록 한다.

셋째, 대통령은 국민에게서 권력을 위임받았지 쟁취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확실히 한다.

넷째, 내년 총선 승리가 새 정부의 목표가 아니며, 설득의 장치.타협의 정치로 여야가 상생하는 건전한 국정 동반자로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그동안 우호적이었던 시민단체와의 관계를 본연의 긴장관계로 재설정한다는 것 등.

이렇듯 뗏목론은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한 키워드로 대선 이후 내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제프리 존스 주한미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은 “국정운영과 관련된 정책을 통해 놀랄 만한 성숙함과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최근 노 당선자의 행보를 긍정 평가한다.

한편에서는 노무현식 개혁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을 우려하며, 이것이 김대중 정부처럼 노무현 정부의 레이블(꼬리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부정적 평가도 상존한다.

어쨌든 새 정부의 개혁은 서서히 깃발을 높이 올리면서 5년 항해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당선자는 현재 각 분야에 걸친 밑그림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절차와 속도를 조절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개혁의 승부수를 던질 것이다.

뗏목은 느림과 여유의 미학을 지니지만, 내적으로는 집념을 상징한다. 노 당선자는 한국의 장강(長江)을 뗏목으로 헤치며 혼돈과 미망의 정치 격랑을 뚫고 목적지인 정상에 당도했다.

당선자는 공언한 대로 이 정상에서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국민은 원칙이 있기에 예측이 가능하며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구현을 고대한다.

아울러 국민은 이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기원한다.
그런 기대 속에 노 당선자가 오는 2월 12일 제주를 찾는다.
경쟁력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전략 등과 관련, 도민 토론회를 갖기 위해서다.

변화와 개혁의 시대를 맞아 우리 스스로도 경쟁력 있음을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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