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상생'…대형 유통기업 지역기여도 '빵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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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의 상생을 내세우며 지방에 진출한 롯데 등 대형 유통기업들의 지역경제 기여도가 '빵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유통 공룡'으로 불리며 전통시장과 골목가게 등 '뿌리경제'를 무너뜨리는 주범인데다 지역 자본의 역외유출 통로로 이용되면서 지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진정한 '상생'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31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롯데백화점 4개 점 등 모두 4개 백화점이 7개 점포를 운영하며 지난해 3조1천65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형마트도 롯데 등 7개 기업에서 34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기업형슈퍼마켓(SSM)는 롯데와 GS 2곳이 영업하면서 지난해 모두 1조9천510억원어치를 팔았다.

   

그러나 이처럼 지역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대형 유통기업들의 지역 기여도는 낙제수준을 면치 못했다.

   

롯데 등 4개 백화점의 점포에 입점한 지역업체 비율은 평균 4.6%에 그쳤고, 지역업체 매출 비중은 그보다도 못한 2.6%로 미미한 실정이다.

   

한 백화점의 205개 입점업체 가운데 지역업체는 고작 1.5%인 3개뿐이었다.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유통업체들 가운데 판매대금을 일부나마 지방은행에 예치하는 곳은 5곳, 1년 이상 장기로 맡기는 것은 3곳에 그칠 정도로 지역자본을 빨아들여 역외로 유출하는 '블랙홀'로 지탄받고 있다.

   

지방세 납세실적 역시 쥐꼬리 수준으로, 전체 조사대상 대형 유통기업들이 지난해 낸 부산시 등에 낸 지방세는 고작 251억원이었다.
   

대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전지역 백화점, 대형마트, SSM 등 모두 11개 기업 54개 점포에서 올린 지난해 매출은 2조1천713억원이지만 지역상품 구매액은 857억원으로 매출 대비 3.9%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 백화점인 세이백화점을 포함해 대전 백화점 3곳에 입점한 지역업체 수는 전체의 12.2%인 194곳으로, 그나마 전년의 246개에서 21.1% 감소했다.

   

전북 전주지역의 대형 유통업체 9곳에서 취급하는 농산물 가운데 전북에서 생산된 것은 17.5%뿐이다.

   

2011년 28.3%이던 것이 2012년 18.1%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다시 17.5%로 매년 뒷걸음질하고 있다.

   

강원지역 12개 대형마트가 지난해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한 금액은 4억6천6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0.06% 불과했다.

   

모두 5곳의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제주도는 대형마트별 제주산 상품 비중이 3.87∼9.78% 수준에 그쳐 지역 상품의 유통창구 역할을 거의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마다 대형 유통기업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의 전통시장인 부평깡통시장 상인들은 지난 28일 문을 연 롯데마트 광복점을 폐쇄하라며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김종열 부평깡통시장 상인회장은 "깡통시장 점포 1천500곳 가운데 480여 개가 농수산물을 취급하는 영세가게인데, 롯데마트 개점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면서 "개점 첫날인 28일 하루 동안 상인들의 수익이 40%나 떨어지는 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여주시 375st아웃렛 상인 400여 명도 지난 23일 신세계사이먼 여주프리미엄아웃렛 2층 증축 공사 현장에서 동종 브랜드 입점금지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경기도 수원역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은 롯데가 수원역 서쪽에 대규모 쇼핑몰을 개점하려 하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규모 집회를 열고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롯데쇼핑이 울산 남구와 재산세 부과와 건축허가 불허가 등 행정처분을 놓고 법정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부산시는 대형유통점의 현지법인화를 위해 신규등록 대형유통점에 대해서는 '의무적 현지법인화'를, 기존 유통점은 '임의적 현지법인화'를 유도하는 조례를 개정할 계획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대형유통점의 의무적 현지법인화를 추진하는 곳은 부산시가 처음이어서 다른 지자체의 비상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대형 유통기업들이 지역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지역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하고 "유통기업들의 자발적인 상생노력과 지역사회 기여가 어렵다면 법제화를 통해서라도 이를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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