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죄의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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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 교수/중어중문학과/논설위원
일이 잘못되면 변명하고, 변명하면 또 다른 변명을 하여 그 상황을 탈출하려고 하지만, 차라리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면 용서받을 수도 있고 떳떳할 수도 있다. 그러나 멍청한 사람은 일이 잘못되면 끝까지 변명하거나 거짓말을 하여 본질을 호도하려들기 때문에 말이 많아진다.

얼마 전 한 고위공직자가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일을 하고, 그 일을 감추려고 거짓말을 하여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참으로 이상한 정신세계에 사는 사람인가보다. 생각해 보면 그는 병원에 보내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정신병자이지, 감옥에 보내져 사회와 격리시켜야 하는 범죄자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뭇사람들과는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보통과 다른 것이지, 잘못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단순한 경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도 있으련만, 사람들은 그가 죄인을 잡아들이는 고위공직자였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그와 그들 집단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아마도 평소에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들인지라, 그들을 비난하면서 미묘한 희열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 일로 뭇 여성들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동물로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나도 그와 같은 남자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는데, 그의 직장 동료들이 느끼는 모멸감은 얼마나 컸을까? 사실 그들은 숱한 세월을 인내하며, 열심히 노력하여 그 자리에 올랐으련만, 마치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모두가 싸잡아 욕을 먹는 꼴이다.

길거리를 가다가 침을 뱉으면, 사람들의 반감을 살지라도 남을 해친 것은 아니듯이, 그가 한 행동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욕구를 표출한 것으로,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었을지언정 다른 사람을 해칠 목적은 아니었을 터인데, 사람들은 그를 재미삼아 비난한다.

반면 엄연히 처자식이 있는데도, 외간 여자와 통정하여 딸아이를 낳고도 아이의 아비 역할을 거부하거나, 자기가 좋아한다고, 가정을 가지고 있는 남자를 꾀여 이혼하게 만든 자들에게는, “대를 이으려했으나 아들이 아니라서 버린 것이겠지”라거나 “남자가 처자식을 멀리 떼어두고 너무 오랫동안 홀로 지내니까 그렇지”라고 말하며, 그런 파렴치범에게 관대하다.

왜 우리들은 병자에게는 죄를 묻고자하고, 그런 비인간적인 행위를 한 자에게는 관대한가? 혹시 우리들의 마음 속에도 그 죄악의 씨앗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개 눈에는 오직 똥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모두가 부처로 보인다”고 한다. 마치 빨간색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온 세상이 빨갛게 보이고, 파란색 안경을 쓰고 보면 온 세상이 파랗게 보이는 것과 같이, 개에게는 개의 마음이 있고, 부처님에게는 부처님의 마음이 있어, 똑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서로가 서로의 눈으로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이다.

사람의 몸은 마음이 시킨 대로 움직인다. 그래서 그 사람의 행위는 그 사람의 마음이다. 그리하여 마음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의 행동은, 드러난 행동의 겉모습은 다를지라도 항상 사악한 행동만 하고,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항상 의로운 행동을 하게 된다.

사람이 똥을 좋아하는 개와 더불어 무리를 지어 살 수 없는 것 같이, 깨끗한 사람은 사악한 사람과 섞여 살 수 없다.

당신이 만약 남을 기만하거나 이리저리 눈치만 살피는 간악한 사람을 두둔한다면, 당신도 역시 개의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그 자가 무엇을 도와주던가? 그 자에게 빚진 것이 있는가? 끝까지 의리랍시고 그 자와 함께 한다면, 당신도 똑 같은 사람일 것이니, 그대에게 개와 같은 마음이 없다면, 그런 자를 멀리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마음이 모여 세상이 깨끗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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