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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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지난 과거의 낡은 것은 과감히 버리고, 내용이나 형식 일체를 다시 정립해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새로 출발할 때, 아니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을 때 자주 인용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는 성경 구절에서 유래됐다. 고대 이스라엘에선 포도주를 담을 때 양이나 염소 같은 가죽 부대에서 담았다고 한다. 하지만 딱딱한 낡은 부대에 새 포도주를 오래 담아 두면 발효과정에서 독한 가스가 생겨 터져버리게 된다. 그래서 새 술은 반드시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상식화돼 있다.

▲이 문구는 권력이 교체될 때마다 마치 금과옥조처럼 나돈다. 중앙 정부는 말할 것도 없이 지방 정부 역시 그러하다. 코드가 맞는 인물을 발탁하기 위한 구실로 이 것 만큼 좋은 구호는 없다. 물론 단체장이 바뀌었으면 그 주변이 바꿔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야 일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게다. 단체장과 철학을 공유해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당사자들은 주장한다. 일견 수긍이 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 여기엔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도 예외는 아니다. 어김없이 ‘새 술은 새 부대에’란 명분을 내세운다. 원 도정이 제주도 산하 공기업 사장과 출자·출연 기관장을 전면 교체하려는 이유일 게다.

이를 위해 제주도개발공사, 제주에너지공사,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 8개 기관장의 사표를 임기와 관계없이 이미 받아 놨다. 이어 5일까지 전문성, 경력, 능력 유무 등을 검증한 뒤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고 나서 후임자 선임을 위한 공모절차에 돌입한다. 어쩌면 도 산하 기관장 인사 태풍이 몰아칠지도 모르겠다.

▲이는 보는 시각과 처한 처지에 따라 반 강제적인 ‘방 빼기’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그 과정서 ‘밀어내기‘와 ‘버티기’가 벌어지기 일쑤다. 그렇다고 이를 마냥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전임 도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에 해왔던 관행이니 으레 그러려니 생각하면 된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늘상 겪는 일이 아닌가.

어떤 면에선 이 시기엔 임기가 남았어도 사표를 내는 게 도리일 수 있다. 재신임을 받아야 영이 서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번에 재신임받는 기관장이 있으려나.

이참에 기관장 임기를 지사 임기와 일치시켰으면 한다. 그래야 자리를 둘러싼 잡음이 들리지 않는다. ‘기관장 임기를 2년으로 하되 연임 가능’으로 조정하면 그게 가능하다.

고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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