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향기 가득한 치유의 숲 가꾸는 '호근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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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50억원 투입 시오름 중심으로 힐링마을 조성

건강을 내세웠던 웰빙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려는 힐링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추세와 맞물려 서귀포시 대륜동 호근마을에선 시오름(758m)을 중심으로 편백향기가 가득한 치유의 숲이 조성되고 있다.

시오름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2012년 9월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각국 참가자들에게 선보였던 생태탐방로로 호근 산책로가 개설되면서다.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산에 오른 주민들은 울창한 숲 속에서 방향을 계속 잃어버려 오름을 빙빙 돌거나 엉뚱한 곳으로 가곤 했다. 10여 차례 등반을 한 끝에 지금의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편백나무가 하늘을 빼곡히 뒤덮어 햇빛마저 차단한 산책로 주변에는 동백나무·조록나무 군락지가 자리 잡아 원시림을 방불케 하고 있다.

2012년 시오름을 찾았던 삼림청 직원들은 “치유의 숲을 조성해 줄 테니 주민 소득과 연계된 사업을 함께 고민해 보자”며 사업을 제안했다.

‘서귀포 치유의 숲’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면서 지난해 총사업비 50억원이 배정됐고,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

호근동 산 1번지 시오름 일대 174㏊ 면적에 힐링센터, 치유 숲길, 숲 체험장과 8개 동의 힐링 하우스(숙박시설)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올 연말에 기반시설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편백나무 숲과 졸참나무·서어나무 등 난대 상록수림이 울창한 숲은 정감어린 제주어로 구역을 나눴다.

치유의 숲은 ‘모두락·놀멍·쉬멍·산도록·오고생이’ 등 5개 지구로 구분해 방문객들에게 맞춤형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가령, ‘놀멍지구’의 삼림욕장에선 편백숲을 맨발로 걷고, 피톤치드 족욕을 마친 후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탁월한 천연 치료제가 제공된다.

앞서 마을회 임원들은 전남 축령산에 조성된 ‘장성 치유의 숲’을 방문, 향후 사업 계획을 꼼꼼히 점검했다.

임원들은 무료로 개방된 장성 치유의 숲에 연간 25만명이 방문하면서 거세게 불고 있는 힐링 열풍을 확인했다.

하지만 장성 치유의 숲 주변 마을마다 암 환자 등이 한 달 정도 머물다 가는 펜션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등 외지 자본에 의한 투기성 힐링사업의 부작용을 목격했다.

이에 따라 마을회에선 민박촌·음식점·기념품점 등 모든 수익 사업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 소득을 창출하기로 했다.

776세대 1932명이 거주하는 호근마을은 서귀포시 동지역에 속하지만 인구의 약 80%가 감귤농사를 짓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으로 꼽히고 있다.

옛 이름은 ‘호근머들’(好近磊)로 돌무더기(머들)가 높이 쌓여있는 마을이었고, 1394년 조씨와 한씨가 설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653년 탐라지에 따르면 이 마을에는 정의현에 속한 8개의 과원 중 규모가 가장 큰 원통과원(元通果園)이 있었다. 당시 기록에는 당유·산귤·유자 등 감귤류 119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마을 해안에는 명승 79호인 외돌개를 비롯해 논농사를 짓기 위해 물을 댔던 ‘돔베낭골’,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여름 피서지인 ‘속골바당’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지금은 논과 감귤밭으로 변했지만 호근마을에는 5만년 전 동북아시아의 생태계와 기후·환경정보가 담겨있는 한반도 유일의 마르(Maar)형 분화구인 하논분화구가 자리잡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달 12일 이 마을 출신으로 한국 현대문학을 빛낸 김광협 시인(1941~1993)의 ‘수선화’ 시비(詩碑)를 마을회관에 건립했다.

자랑스러운 마을 인물을 널리 홍보하고 치유의 숲과 연계한 상징물 발굴을 위해 비를 세웠다.

(사진=시오름 편백나무) 서귀포시 호근마을 시오름에 전국 최대 규모의 편백나무 숲이 우거져 있는 모습.
(사진=호근 산책로 개장) 2012년 9월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호근 산책로 개장식.
(사진=김광협 시인 시비) 지난달 12일 마을회관에 건립된 김광협 시인의 ‘수선화’ 시비.
(사진=속골천) 사시사철 맑은 물이 바다로 흘러 내려가는 속골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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