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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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는 신지식인, 지식행정, 지식경영, 지식사회 등 지식이란 단어를 강조하는 새로운 단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는 지식이 중요하다고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하지만 지식만이 제일은 아니다.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의 저서 중에 ‘Cool of head but Warm of heart(냉철한 머리 그러나 따뜻한 가슴)’ 라는 글이 있다. 이글은 약자를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을 갖추고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날카로운 지성을 갖춘 경제학자가 될 것을 요구하는 말이다. 또한 도산 안창호 선생도 ‘덕(德), 체(體), 지(智) 삼육(三育)을 기르자’고 강조하였다. 지육은 쉽지만 덕육은 어렵다고 한다. 즉 새로운 세상을 배우기는 쉽지만 세로운 성격을 형성하기는 지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지식(머리)’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덕성(가슴)’이라는 뜻이다. 우선 덕성을 갖추고 난 후 지식을 쌓으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 지식만을 너무 강조하고 있다. 유아를 대상으로 몇십 만원씩 하는 영어학원이 생겨나는가 하면 초등학생들의 조기유학이 성행하고 또한 모든 학생들이 입시경쟁으로 시달리고 있다.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일방적 교육이 지나치면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어느 보도에 따르면 한국 학생의 수업일수는 연 22일로 미국, 일본 등에 비해 한 달 가량 많고 여기에다 학원까지 다니고 있어 UN 아동권리위원회는 과다한 입시경쟁으로 놀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며 교육제도 개선 등의 권고사항을 다음달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지. 지금의 어린 학생은 회색빛 콘크리트벽을 바라보고 시커먼 아스팔트 위에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오직 지식만을 배우려고 발버둥치는데 과연 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 추억이 무엇이고 낭만이 어떤 것인가를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식만을 강조하다보면 개인주의가 팽배해질 것이며 남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따뜻한 마음이 없는 혼자만의 사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현재 우리의 사회와 직장에서는 어떠한가. 직장에 출근하면 사람과 대화보다 먼저 대하는 컴퓨터, 대면없이도 가능한 전자결재, 모든 게 클릭으로 시행되는 전자입찰, 동전만 넣으면 나오는 커피 자동판매기, 혼자서 필요한 만큼 찾아쓰는 현금 인출기 등 모든 게 컴퓨터 등 기계와의 대화로 하루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나 기계가 신속하고 정확하고 공정할 수는 있으나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가 필요치 않은 인간성 상실의 시대가 되지는 않을는지….

이제 얼마 후면 새로운 정부가 시작된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지식 제일주의가 아닌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과 사회가 아닌 덕성을 중요시하는 교육과 사회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리하여 항시 우리 사회가 아름답고 이웃끼리 훈훈한 정이 오가는 사회, 우리의 삶이 인간적이고 너무나 인간적인 사회가 되길 바라면서 오늘 나 자신부터 뒤돌아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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