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회의 상처, 그리고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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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된 TV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마음 속 깊숙히 상처를 지닌 주인공들이 사랑을 통해 고통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잘생긴 외모와 베스트셀러 작품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추리소설 작가 장재열, 시크하지만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인간적인 정신과 의사 지해수. 이들 남녀 주인공은 외형적으로 흠집 없는 인물로 설정돼 일반적인 로맨틱 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극 전개와 함께 주인공 및 가족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의 아픈 내면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드라마는 지금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지닌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고 아픈지를 보여줬다.

어릴 적 의붓아버지 폭력에 시달리다 우발적인 살인 사건이 벌어진 후 정신분열증 등으로 수 십년간 고통을 받아온 가족을 비롯해 부모 외도와 불우한 가정환경 등으로 치명적인 정신적 충격과 불안감에 아파하는 등장인물의 상처들은 드라마 속 허구로 치부하기에는 현실과 너무 가깝다.

어쩌면 무겁고 조심스러운 현실이지만 노희경 작가는 특유의 화법으로 등장인물끼리 아픈 상처를 진정성있게 보듬어가는 따스한 소통 과정을 그려내면서 드라마 타이틀에 걸맞은 치유를 완성해냈다. 이처럼 ‘괜찮아, 사랑이야’는 시청자에게도 자신들만의 크고 작은 상처를 되돌아보게 하면서 ‘괜찮아’라고 위로하고 ‘사랑이야’라며 따스한 마음으로 치유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드라마 마지막회를 보면서 문득 개인 뿐만 아니라 제주사회도 그동안 성장 일변도의 개발 과정에서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치유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돌아보면 2002년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던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출범한지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었다. 그동안 제1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2002~2011년)에 따라 18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고, 관광객 1000만명 시대 개막과 인구 60만명 돌파 등의 의미있는 성과도 이뤄냈다.

하지만 개발 성장주의에 치우친 정책들은 제주의 최대 강점인 자연을 훼손하는 난개발 논란과 함께 외지 자본 잠식 가속화, 소득 양극화 등의 후유증을 양산해내며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기대를 멍들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넘지 말았어야 할 중산간 지대까지 개발이 이뤄지고 해안도로 일대에 우후죽순 들어서 경관을 해치는 각종 건축물들은 물론 서울 도심권을 판박이처럼 닮은 획일된 도시계획 등은 결과적으로 ‘제주다움’을 잃게 만드는 크나큰 상처가 아니었을까.

사실 성장 전략은 어느 국가나 지자체에 있어 중요한 핵심 정책이며 발전 원동력이다.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2012~2021년)이 GRDP(지역내총생산) 21조원을 목표로 하는 발전 비전과 추진전략으로 수립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성장 정책은 물가 및 부동산 인플레, 부(富)의 불균형 심화, 각종 안전사고 및 사회적 범죄 양산 등의 구조적 문제들을 수반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최근 제주에서도 감지되는 현상으로, 늦기 전에 ‘치유가 필요한 상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이 같은 상처들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방향 설정에 따라 판가름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바람직한 치유의 지향점은 차별화된 ‘제주다움’을 지키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경제학과 교수가 ‘경제적 효율성’보다 ‘사회적 가치 추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처럼 이제 제주만의 가치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치유법을 찾는 게 원희룡 도정이 우선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태형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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