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의 아픈 역사 이겨내고 '힐링 물메마을'로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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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물 좋고 산 좋은 곳, 수산리(水山里). 마을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마을 북쪽에 자리잡은 오름 정상에 자연 연못이 있어서 물메마을로 불리던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이장 박철홍)는 요즘 활기가 넘친다.

 

430세대 1200여 명이 살고 있는 수산리는 지난해 정부가 지원하는 지역창의아이디어(경관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올해 한창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산 좋고 물 좋은 자연을 이용해 마을을 찾아오는 이들의 몸과 마음속 피로를 풀어주는 진정한 힐링(Healing: 치유)마을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수산리는 추억하고 싶은 마을, 꿈꾸는 마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 물메마을’을 콘셉트로 테마별 힐링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힐링 공간은 ‘에코 힐링’, ‘소원 힐링’, ‘소통 힐링’ 등 크게 3가지로 꾸며질 예정이다.

 

‘에코 힐링’은 자연속에서 치유력을 회복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누릴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테마 공간으로 수산리의 자랑인 천연기념물 제441호 ‘곰솔’과 수산저수지, 수산봉 등을 활용한 탐방길과 소공원, 전망대가 조성된다.

 

또 ‘소원 힐링’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바람을 공유하고 함께 기원하는 공간으로 탐방길에 소원성취길 구간을 만들고 수산봉 전망대에도 소원캡슐이 마련될 예정이다.

 

‘소통 힐링’은 힐링 테마공간의 대표격으로 마을 내 돌담에 대한민국의 대표 시인 100명의 시(詩)를 입혀 ‘시인의 돌담길’로 조성하는 등 시인의 창작공간이자 스토리텔링의 특화된 거리로 만든다는 것이 마을의 전략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돌담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으로 꼽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집 주변 울타리 ‘집담’, 밭의 경계를 구분해주는 ‘밭담’, 죽은 후 무덤 주변에 쌓아두는 ‘산담’ 등 사람의 일생과 늘 함께 하는 것이 돌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27일 마을주민 30여 명이 모여 마을 곳곳의 돌담의 길이와 높이를 재고, 특징을 조사하는 등 ‘시인의 돌담’을 위해 측량 작업을 했다.

 

돌담에 적절한 시를 새겨 넣기 위한 과정의 첫 실행이었다.

 

시를 재능기부해 줄 한국시인협회 회원들도 이 달 초 마을을 둘러보고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시 낭송회를 진행했다.

 

한국시인협회를 대표해 전 회장인 신달자 시인과 정호승 시인 등은 ‘시인의 돌담길’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며 적극적인 협조도 약속했다.

 

또 ‘소통 힐링’ 공간이 중요한 것은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사 공간으로 조성된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 수산리는 제주지역에서 유일하게 수몰(水沒)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수산봉 동남쪽에 위치해 있는 수산저수지는 벼농사를 위해 1959년 3월에 착공해 1960년 12월 12일에 준공됐다.

 

4·3사건과 한국전쟁의 기억이 다 가시기 전인 1958년, 이곳에서 살던 주민들은 정부의 이주정책에 따라 지금의 제주시와 구엄리, 번데동 등으로 이주했다

 

55년 전까지만 해도 수산저수지가 있던 자리에는 70여 가구가 살고 있었다. 이곳 마을 노인들은 당시 저수지 안에 있던 집, 길, 통시 등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수산리는 노인들의 고증을 거쳐 수몰지역을 미니어처로 재연시켜 애환이 깃든 수산저수지의 아픈 역사를 함께 기억할 계획이다.

 

특히 수산리의 마을 만들기 사업을 주목해 볼 만한 이유는 ‘힐링 마을’의 결과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이 좋아! 산이 좋아! 힐링마을 물메’라는 마을 주제를 비롯해 사업 구상 하나 하나 주민들이 협심해 만들어냈다는 점 때문이다.

 

2011년부터 회의를 시작한 주민들은 지난해 사업이 최종 선정될 때까지 수시로 회의를 하면서 의견을 하나로 모아왔다.

 

감귤 수확이 끝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회의장에 나가면서도 마을 주제를 정하기 위해 각자 세 가지 안을 가지고 나가는 정성과 노력을 보였다.

 

100% 주민이 주도해 만드는 ‘힐링 마을’이라는 점이 현재 주민들에게도 큰 자부심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수산리의 최대 강점이 될 것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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