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적·지질학적 가치 간직한 자연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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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제주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 천연기념물 제195호

제주도의 마을은 주로 해안가에서 샘솟는 용천수 주변에 분포하고 있다. 용천수는 지하수가 흘러 지층의 틈새를 통해 샘처럼 솟아 오른 것인데 지하수가 더 깊은 땅 속으로 스며들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는 지층이 바로 서귀포층이다. 땅속 깊은 곳에서 제주에 물 자원을 제공하는 숨은 공신, 서귀포층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서귀포항과 천지연 폭포의 서쪽 절벽이 맞닿는 곳, 새연교에 올라 노을을 즐긴다면 시선이 닿는 해안절벽에 서귀포층의 일부가 솟아 있다.


해안절벽을 따라 두께 약 36m, 길이 약 1㎞에 걸쳐 노출돼 있는 서귀포층은 아래쪽 절반에는 얕은 바다에서 쌓인 퇴적암, 상부의 절반에는 깊은 수심에서 얕은 수심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쌓인 지층이 분포하고 있다.


이런 서귀포층을 덮고 있는 것이 약 40만년 전에 분출한 용암류의 화석이다.


서귀포층이 자리한 절벽 주변의 해안은 한눈에 보기에도 검은색 현무암으로 뒤덮인 일반적인 제주도의 해안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인데, 조금 더 서쪽에 위치한 속골 해안과 남해에서 일부 관찰될 뿐, 서귀포층을 땅위에서 관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 이곳이다.


오랜 옛날, 약 180만년 전 지하에서 상승한 마그마가 물과 만나 활발한 화산활동을 하게 됐는데, 화구 주변에 화산 분출물이 쌓이면서 곳곳에 화산들이 생겨났다.


이 화산체들이 오랜 시간 동안 파도에 깎이고 해양 퇴적물과 함께 쌓이기를 반복하면서 약 100m 두께의 서귀포층이 형성됐다. 이때가 100만년쯤 전인 신생대 제4기 프라이스토세 초기이다.


서귀포층에는 따뜻하고 얕은 바다에서 살던 조개류, 산호, 상어이빨등의 화석과 차가운 바다에 살던 생물의 화석이 함께 퇴적돼 있어, 제주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일대의 해수면 변동과 기후의 변화를 추측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연체 동물화석을 비롯해 유공충, 개형충, 완족류, 산호, 고래뼈, 생물흔적 화석 등 다양한 화석이 산출되고 있어 고생물학적, 퇴적학적 가치를 지닌 지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화석종의 다양성과 학술적 가치로 인해 서귀포층은 1968년 천연기념물 제 195호로 지정됐다.


서귀포층 주변 해안에는 돌에 박혀 있는 패류의 화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화석이 퇴적돼 있고, 생물학적, 퇴적학적 가치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구간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암석에 글씨를 써놓는등 훼손되고 있어 암석과 화석의 보존과 보호를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항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새연교를 오르며 바다와 맞닿은 서쪽 절벽을 바라보면 수백만년의 시간을 간직한 서귀포층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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