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라크.이란 등이 미국과 세계에 던지는 위협을 열거함으로써 무법 정권들이 이들 3개국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해 연두교서에서의 “악의축” 발언 이후 꼭 1년 만의 일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이번 교서를 통해 “오늘날 북한 정권은 핵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포를 불러일으켜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지만 미국과 세계는 그러한 공갈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박하면서 “한반도에서는 억압적인 한 정권이 공포와 굶주림에 허덕이는 주민들을 다스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사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무법 정부 표현 사이에는 수사(修辭)가 정제되었을 뿐, 그 이상의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물론, 그는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 내용면에서는 더욱 강경해졌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북한이 선(先) 핵 포기를 선언하지 않은 한, 이라크 문제 해결 이후에도 “평화적 해결”이라는 부시의 발언이 유효할 것이라는 보장은 아직 없다. 한마디로 부시의 올해 연두교서로 볼 때 적어도 미국 행정부는 종전의 대북(對北) 강경책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우리의 해석이다.
앞으로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어떠할지 모르지만 “불가침 조약”을 거듭 제의해 온 그들로서는 달갑게 받아들일 리 만무할 것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임동원 특사의 면담까지 거부한 마당에 나온 부시의 무법 정부 발언은 북.미관계를 더욱 경색케 할는지도 모른다. 여기에다 북핵 문제가 유엔 안보리로 옮겨가게 되면 핵 위기가 더욱 심각한 단계로 들어설 위험성도 없지 않다. 이럴 경우 남한의 입지도 편할 수가 없다.
대통령 취임 이후 노무현 당선자의 대북(對北), 대미(對美)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 당선자는 취임 직후 남.북, 한.미 정상회담을 가능한 한, 조속히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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