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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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설 차례상에는 각종 떡들이 정성스레 올려질 것이다.
아마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떡을 매우 좋아했던 듯하다. 그 가짓수가 많은 것으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떡의 종류를 크게 나누어 보아도 그렇다. 증병(甑餠)이라는 시루떡, 도병( 餠)이라는 친떡, 전병(煎餠)이라는 지짐이떡, 단자(團子)라는 동그라미 찹쌀떡, 그리고 상화(霜花)라는 밀가루떡, 빈자라는 빈대떡 등이 그것이다.

더구나 크게 분류된 이 떡들을 제각각의 맛과 모양에 따라 다시 세분하면 그 종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떡에 얽힌 일화도 많다. ‘삼국사기’의 기록이지만 신라 유리왕이 즉위하기 전 떡을 깨무는 시험을 치렀는데, 군신들은 잇자국이 많은 그를 임금으로 받들었다고 한다. 왕을 추대하는 방법치고는 기발하다.

우리 선조들은 귀신들도 떡을 좋아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무당이 굿을 할 때, 집안이 액막이할 때, 어린이에게 달라붙은 칙간 귀신을 달랠 때도 역시 떡이 등장했다.

그래서 가정에 불화가 생기거나 좋지 않은 일이 계속되면 귀신의 탓인 줄 알고 세상 사람들은 “떡 해먹을 집안”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떡 해먹을 세상”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떡은 점치는 데도 이용됐다. 시루떡의 익은 정도를 신수(身數)의 척도로 삼았다. 이러한 떡들 가운데 과연 가장 값나가는 떡은 어떤 것이었을까. 뭐니뭐니 해도 임금님의 수라상 떡이었을 것이다. 전국의 진상품들로 떡을 빚었을 테니 값이 비쌀 수밖에 없었을 터다.

하지만 아무리 임금님 수라상 떡값이 비싸다 해도 근래 우리의 일부 특권층들의 떡값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들의 올해 떡값은 얼마가 될지 모르나 지난해까지는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렀던 모양이다.

수사기관이 이상한 거래 수백만원, 혹은 수천만원을 조사할 경우 ‘대가성’을 잡지 못해 ‘떡값’으로 간주되는 일이 흔한 것 같다. 몇백원짜리 풀떡이 기절초풍할 가격이요, 붕어빵이 놀라 연못에 숨어버릴 값이다. 우리의 떡값이 이대로 치솟다가는 정말 ‘떡 해먹을 세상’이 아니라 ‘떡 해먹을 나라’가 될까 걱정이다.

아무리 ‘대가성’을 캐지 못했다 해도 일부 특권층들의 떡값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올해부터는 떡값을 좀 내립시다. 특권층들이 떡 욕심을 버리지 않은 한, 그것은 정말 ‘요지경속’이 아니라 ‘떡지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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