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 계획 장밋빛...실현 가능성 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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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제주 해저고속철 재거론, 배경과 문제점은-기술성.안전성.재정 여건 등 불확실
전남이 최근 재추진 입장을 밝히면서 ‘호남-제주 해저고속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경제적 타당성이 없고 현실 가능성도 희박한 기존 계획안에서 보완되거나 진전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로인해 전남에서 건의한 국가과제 추진 과정에서 정치적 논리 개입이 우려되면서 제주사회 일각에서는 자칫 본궤도에 오르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계획의 발목을 잡을수도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호남-제주 해저고속철 건설 계획안이 안전성과 기술성, 경제성 등 근본적인 핵심사안에 대한 취약점을 드러낸데다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 발전을 위해서도 신중한 검토론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해저고속철 취약점 여전=총 연장 167.1㎞의 호남-제주 해저고속철 계획안에 있어 전남 보길도~추자도~제주도를 잇는 해저터널 구간 길이는 무려 73㎞로, 전체의 44%에 달한다.

이는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영불 해저터널의 해저구간(38㎞)과 일본 세이칸 해저터널의 해저구간(23㎞)에 비해 2~3배 되는 세계 최장 규모지만 안전성 및 기술적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큰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2011년 당시 국토해양부 용역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이 진단돼 세계 최장 해저구간 건설에 따른 고수압과 지반, 국내기술 미확보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호남-제주 해저고속철의 최대 장점으로 제시되는 ‘서울~제주간 2시간30분 이내 운행’ 계획안의 현실 가능성도 의문시되고 있다. 해저고속철 계획안의 기본 운행속도는 300㎞/h로 예측됐지만 실제 해저터널 구간에서의 운행속도는 이의 절반 수준인 160㎞/h에 불과, 소요시간이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 검토 중인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 신설노선이 최근 전남에서 요구하는 나주-무안공항 경유안으로 변경될 경우 해당 구간 운행속도 역시 평균 188㎞/h로 감속돼 시간이 더욱 지체된다는 점에서 기대효과 반감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해저고속철의 사업성 미흡은 말 그대로 중대한 결점이자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 건’으로 손꼽히고 있다.

국토부의 타당성조사 용역 결과 비용편익분석(B/C)은 0.71~0.78에 그쳐 경제성 기준치인 1을 밑돌았으며 국가 재정난 및 건설 소요기간 장기화(총 14년) 등의 여건상 총체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진단됐다.

엄상근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타당성이 제대로 검증 안된 해저고속철을 지역 입장에 따라 이슈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안전성 등 우려되는 문제점에 대한 재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륙 교통망, 함정은 없나=이 같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전남이 연말 확정되는 정부의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목포-제주 해저고속철을 포함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물밑 행보에 나선 데에는 침체된 지역 개발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돌파구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전남 무안공항만 해도 총사업비 3056억원을 들여 건설돼 개항 7년째를 맞고 있지만 연간 7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으며 지역 발전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무안 기업도시마저 지정 해제됐다.

전남지역 남해안 관광벨트 프로젝트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해저고속철과 같이 개발사업 활성화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절대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전남의 입장과 달리 제주로서는 이미 경제성과 수요예측 타당성이 검증된 공항 인프라 확충계획의 국책사업화가 가시권으로 들어온 시점에서 예기치 않게 불거져나온 해저고속철이 자칫 정치 논리에 휘말려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신공항 등의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계획 지연시 연간 6000억원의 경제 손실이 예측된 연구 결과를 감안할 때 최악의 상황시 제주로서는 막대한 손실을 떠앉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여기에 해저고속철 건설에 따른 득실 면에 있어서도 ‘내륙 교통망의 함정’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양고속도로의 단계별 개통으로 관광객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에 부풀었던 강원만 해도 매년 쓰레기 몸살에 시달리고 체류형 관광객 부족을 고심하고 있는 현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자문위원은 “일반 도로망이 아닌 해저고속철 특성상 일부에서 제기하는 물류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제주~인천 여객선 항로 개설시처럼 무박 제주여행이 늘어날 경우 파급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해저고속철 건설과 연계된 지역 산업발전 파급효과가 미흡한데다 통행인구 증가로 인한 범죄 및 전염병 유입 우려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정확한 연구조사 및 진단 후 타당성 검토가 이뤄지고, 선행적으로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계획이 조기 추진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홍배 제주도 교통제도개선추진단장은 “해저고속철보다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계획이 우선순위 정책이라는 도정 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를 위해 도민 역량을 결집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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