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 흥부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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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이 터져 한방에 ‘인생역전’을 이룬 원조(元祖)는 흥부일 것이다.
슬근슬근 쓱싹쓱싹 툭탁 하고 박을 타니 순금궤 하나에 금거북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흥부가 꿇어앉아 박을 열어보니 황금.백금.오금.호박.산호.진주.사향.용뇌가 쏟아져 나온다.

고대광실 월계수로 기둥삼고 은판지로 지붕하고 금판지로 마루를 깐다.
일자무식이면서 거실에는 ‘사서삼경’, ‘고문진보’, ‘자치통감’, ‘대학’, ‘소학’ 등 해박한 책을 쌓아놓고 흥부는 금실은실 교직이불 속에서 양귀비첩과 해가 중천이 되도록 시시덕거린다.

횡재를 꿈꾸는 가장 때묻지 않은 솔직한 서민의 소망을 담은 것이 흥부전이라 할 수 있다.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는 만약 자기에게 백만은(百萬銀)이 생긴다면 그 은을 방아로 찧어서 곱게 곱게 가루를 낸 다음 눈처럼 온 동네에 뿌려 놓겠다고 했다.

그런 다음 그 눈 같은 은가루 위를 정처없는 나그네처럼 해진 가죽신발을 신고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싶다고 했다.

청(淸)나라 초기 학자 김성탄(金聖嘆)은 만약 자기에게 백만금이 생긴다면 99만9999금으로 빚진 이들의 빚을 다 갚아주고 나머지 1금으로 탁주를 사서 지나가는 서생을 청해놓고 술잔을 주거니받거니 하고 싶다고 했다.
두보나 김성탄은 재(財)를 의식적으로 피해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생역전’ 흥부를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횡재를 두려워했다.

영조(英祖) 때 청백리였던 김수팽의 어머니는 밭에서 일하다가 큰솥을 발견했다. 그 속을 보니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런데 김수팽의 어머니는 다시 솥을 고스란히 땅속에 묻어두고 이사를 했다.

“재(財)는 재(災)인지라 무고히 큰 재물을 얻으면 자식들의 의식이 안일해져 공부에 힘쓰지 않을 것이요, 가난하게 자라지 않고는 재물이 들고 복이 드는 재미를 어떻게 알리요” 하는 것이었다.
횡재(橫財)는 그야말로 횡재(橫災)라는 말이다.
화복상관(禍福相關)의 이치를 믿었던 것이다.

▲요즘 로또(Lotto)복권 열기가 주체할 길 없이 뜨거워지면서 서민사회에 ‘인생역전’ 광풍(狂風)으로 몰아치고 있다.

이번 회차의 1등 당첨금이 400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대박 꿈을 꾸는 그 풍운(風雲)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통계전문가들에 따르면 골프에서 홀인원할 확률은 2만분의 1, 자동차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3만분의 1, 벼락맞아 죽을 확률은 50만분의 1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런데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벼락맞아 죽을 확률보다 16배나 더 확률이 없는 353만분의 1이라고 한다.

이런 확률에 기대어 전국의 흥부 후예들이 ‘인생역전’을 꿈꾸고 있으니 나랏일에 이보다 더 큰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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