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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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빈자리는 숨기려고 해도 티가 나기 마련이다.

45만 제주시민을 이끌어가야 할 제주시장 공백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 김상오 전 시장이 지난 6월 30일 퇴임한 이후 벌써 4개월이 다됐다. 이지훈 전 시장이 지난 7월 8일 취임해 각종 문제가 불거져 한 달 여만에 퇴임하는 과정에서 시장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원희룡 제주도정이 출범한 이후 벌써 세 번째 시장 공모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언제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제주시장은 제주시정을 총괄하는 자리다. 45만 제주시민을 책임져야 하고 연간 1조원의 넘는 예산을 직접 집행하는 제주 행정의 핵심 중 하나다. 행정 조직시스템 상 시장이 없어도 시정은 굴러 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과연 그럴까.

제주시정은 겉으로는 큰 무리 없이 돌아가는 모양새지만 내부적으로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전국체전과 행정사무감사, 내년도 예산 편성 등 굵직한 현안이 코앞에 닥쳤다.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갈 사안들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제주시의 미래 비전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리더의 철학과 정책 비전이 있어야 시정의 미래를 그릴 수 있고, 미래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시책들을 세우고 추진할 수 있다. 정책 방향이 없으니 새로운 시책을 개발할 수도 없고 시책이 없으니 예산을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도 모호하다.

제주시가 완전한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행정시이기 때문에 제주도정의 철학과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도정이 가라는 대로만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줄기차게 제기돼 온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행정시의 책임과 권한 강화다. 시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제주시정이 도정에 함몰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책임과 권한은 오히려 후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원희룡 지사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원 지사는 얼마 전 제주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시장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시장의 의지가 있어야만 발굴하고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과 행정 개선점을 찾을 수 있고 힘이 실릴 수 있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일선 행정에서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다”면서 시장 공백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제주시장 공백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는 일은 제주도의 전체적인 과제다. 우선 제주도정은 더 이상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세 번째 시도마저 실패한다면 원 도정의 인사 능력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제주도의회도 공동의 책임 의식을 갖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행정시장 인사청문회를 조속히 실시해야 하고 신상털기식 청문이 아니라 정책과 비전,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제주도는 오늘 세 번째 제주시장 공모 신청을 마감한다. 이기승 내정자의 경우 공모 마감에서 인사청문회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이번에는 인사청문회 일정 잡기가 더욱 어렵다. 오는 28일 전국체전이 개막해 다음달 3일 끝남과 동시에 곧바로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돼 다음달 14일까지 진행된다. 이어 주말 이틀이 지나자마자 17일부터 정례회가 시작돼 예산안 심사가 1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여기에다 제주도감사위원장, 제주발전연구원장, 제주개발공사 사장 등의 인사청문회도 줄줄이다. 한마디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주시청 안팎에서는 올해 내로 시장을 뽑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그야말로 제주도와 도의회의 협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재병 사회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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