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정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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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화해 프로젝트’라는 TV프로가 있다. 갈등을 겪고 있는 가족·친구·친척·동료를 비롯해 라이벌 등 우리 주변 인물들이 출연한다.

진정한 화해란 무엇인가를 다룬 리얼 다큐멘터리이지만 갈등 관계는 살벌하다. “인연을 끊자”, “호적을 파가라”며 거친 말을 내뱉는 아버지와 딸, 끝없는 의심 속에 동생을 살인범으로 고발하는 형, 폭력의 트라우마로 철전지 원수가 된 아버지와 아들 등이 카메라 앞에 섰다. 막장으로 치닫던 갈등은 화해의 악수와 함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갈등의 종착역, 화해의 출발역은 ‘문제를 풀려는 의지에 달렸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의 부제는 ‘용서’다.

1900여 명이 모여 사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갈라선 지가 벌써 8년째다.

“찬·반으로 갈라선 형제나 사촌끼리는 제사도 같이 지내지 않는다.” 지난 15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만난 강정주민들은 질문에 앞서 울분을 토해냈다. 이날은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설치를 놓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원 지사는 진정성 있는 진상조사로 불신과 갈등을 풀고, 마을의 자존과 주민들의 명예를 회복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치료와 사법 처리된 주민들의 사면복권 등 도정이 책임을 지고, 조사결과에 상응하는 마땅한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더 나아가 해군기지 진상조사위에 대한 전권을 강정마을회에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도지사가 조사위원장을 맡으면 원칙상 앞뒤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강정에 대한 신뢰를 위해 (마을이)요구한다면 맡을 수도 있다”며 진상조사위 제안에 대한 진정성을 믿어줄 것을 호소했다. 공은 마을회로 넘겼지만 일부 주민들은 미덥지 않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검사 출신 도지사이기에 조례가 갖는 권한을 누구보다 잘 알 것 아니냐”, “명예 회복을 하려면 잘잘못을 가려내야 하는데 누가 잘못을 인정할 것이냐”며 날선 질문이 이어졌다.

강제 소환·처벌 등 구속력이 없는 제주도 차원의 진상조사 한계, 당사자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책임 회피론 등 주민들의 의구심이 쏟아졌다. 설사, 성실하게 조사에 응했다고 하지만 조사 대상 당사자들이 진상조사 결과에 합의하고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긴 질문이 이어졌지만 원 지사의 답변은 간결했다. “어느 누구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시 정황이나 증언,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제3자가 봐도 선입견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진상조사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인정하는 공식적인 보고서가 될 것이다”라고. 토론은 4시간 동안 진행됐으나 주민들은 진상조사위 수용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마을 공동체가 8년째 갈등을 겪는 동안 해군기지는 2015년 12월 말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어쩌면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할 수 있는 유효기간은 1년 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에 따라 당사자에 대한 고발 조치나 감사 요구가 제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종 결말은 누구를 심판하고 단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해군기지를 둘러싸고 마음의 응어리를 키웠던 주민들이 서로 손을 내밀고 상생의 길로 갔으면 하는 게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다음 TV프로에는 한 마을에 살면서도 대화를 거부하며 원망과 불신을 키웠던 공동체와 제사도 함께 하지 않으며 남남처럼 지냈던 가족들이 출연할 차례다.

‘강정 화해 프로젝트’에 시청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구럼비 해안에서 강정주민 모두가 포옹을 나눌 휴먼 다큐멘터리가 기다려진다.







<좌동철 사회2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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