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WHO 안전도시’ 어린이 안전망 구축해야
[제주포럼]‘WHO 안전도시’ 어린이 안전망 구축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주도를 ‘안전도시’로 인증했다. 안전도시 인증은 사고·손상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사고·손상률을 줄여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로써 제주도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 세계적인 안전도시의 반열에 오르면서 평화의 섬과 함께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였다.

하지만 WHO 공인 안전도시가 곧 도민들의 삶이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민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줬던 양지승 어린이의 사건에서 보듯이 특히 어린이 안전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이다.

‘모든 어린이는 차별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니며 자라야 한다’고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에는 명시됐지만 현실은 그렇치 않다.

실제로 어린이들에 대한 정서·신체적 학대는 도를 넘어섰다. 도내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신고된 아동학대 사례는 지난해 116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94건이 아동학대로 판명됐다. 2004년 89건, 2005년 99건 등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아동학대가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가해자 가운데 80% 내외가 친부모이다. 가정이 어린이들을 보호하지 못할망정 오히려 천진한 동심을 멍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어린이들은 아동학대보다 더욱 심각한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국가청소년위원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까지 도내에서 어린이와 미성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신상이 공개된 파렴치범은 178명으로 집계됐다.

또 제주지역 12세 이하 아동인구 1만명 당 성폭력 범죄자수는 9.02명으로 전국 평균 5.16명보다 훨씬 높다. 또 청소년인구 1만명 당은 10.7명으로 전국 평균 9.43명을 웃돌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도 어린이들에게 있어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해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21건으로 24명의 어린이가 부상을 당했다.

2005년에는 제주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 487건 중 16건(3.3%)이 스쿨존에서 일어났다. 이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다음은 부산(2.8%), 충남(2.6%), 대전(2.3%) 순이었다.

WHO 안전도시인 제주도의 어린이들이 어른들로부터 겪고 있는 현 주소이다. 과거에는 비록 못 먹고 못 살기는 했어도 한동네 어른이 같은 마을의 어린이를 직접적인 범죄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이제는 가정 안에서나 가정 밖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좋은 어른도 어린이들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이상 어린이 대상 범죄가 방관할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현실성 있는 피해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각 기관 및 단체별로 역할을 분담해 유괴 방지, 아동학대 예방, 교통안전 등을 위한 ‘어린이 안전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자치단체는 안전도시 기반을 조성하고 법원과 검·경은 어린이 대상 범죄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도의회는 최근 오종훈 의원이 발의하겠다고 밝힌 ‘아동학대 방지 및 예방에 관한 조례안’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학교도 사법당국과 협조해 유괴 방지 및 성범죄 예방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 여기에 종교, 시민사회단체, 가정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가 어린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다면 WHO 공인 안전도시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