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忘年會)가 아닌 망년회(望年會)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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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14년 한 해도 30여 일 남았다. 올해도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다.

12월은 직장인들에게 있어 가장 바쁜 시기이다. 망년회(忘年會)라는 술자리 때문이다.

망년회가 우리 사회에 송년(送年)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직장인들은 직장 망년회를 비롯 동창회, 향우회, 친목모임 등 최소한 3~4차례의 송년 모임자리를 갖는다.

망년회(忘年會)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그 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자는 뜻으로 베푸는 모임’으로 정의돼 있다.

말 그대로 한 해에 겪은 괴로움을 다 잊자며 갖는 모임이지만 과도한 술 때문에 오히려 더 큰 고통을 안기게 하는 것이 바로 망년회이다.

12월은 망년회로 시작해 망년회로 끝난다고 해도 지나지지 않을 만큼 망년회 문화는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 됐다. 며칠 겹치기 출연도 불사해야 하며 브레이크 없는 차처럼 2차, 3차로 달리다 보면 결국 인사불성으로 이어져 망신을 당하기도 하고, 다음 날 숙취로 몸 고생은 물론 일을 망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처럼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시는 것은 원래 일본식 풍속에서 시작됐다.

일본에서은 1400여 년전부터 망년(忘年), 또는 연망(年忘)이라고 해 섣달그믐께 친지들이 서로 어울려 술과 춤으로 흥청대는 세시풍속이 있다.

우리의 전통 연말 세시풍습은 일본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 선조들은 한 해의 마지막달을 한 해를 돌아보고 빚진 것을 모두 갚는 달로 삼았다고 한다.

연말이 되면 시끄럽기는커녕 오히려 지나간 해를 반성하고 근신하면서 조용하게 보냈다.

일본 사람들은 망년(忘年)이었지만 우리는 ‘수세(守歲)’였다. 따라서 망년회라는 것이 없었다.

일본은 ‘지겨운 시간이여 빨리 가라’는 망년 문화이지만 우리는 ‘정든 시간이여 가지마라’라는 수세 문화이다. 우리는 가는 세월을 잡고자 집안 곳곳에 등촉을 밝히고 밤을 지새우는 민속이 있었다.

이처럼 연말을 조용하게 보냈던 우리가 시끄러운 망년회를 알게 된 것은 1876년 강화도조약 직후라고 한다.

일본 사람들이 남의 땅에 와서 점령군 행세를 하며 요란스럽게 망년회를 열면서 부터이다.

일본 사람들의 망년회는 점차 우리사회에 퍼져 지금도 연말이면 우리사회는 망년회의 술자리로 휘청거리고 있다.

‘건전한 연말을 보내자’는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망년회하면 술’이라는 공식은 건재하다. 일부에서는 “12월에는 망년회로 바쁘다”며 11월부터 망년회 술자리가 시작되고 있다.

직장 동료끼리, 친구끼리, 동문끼리 등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한 해를 보내는 자리가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도한 술이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절제와 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술에 취해 경찰서 들어가서 소란피우고, 주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대부분 범죄의 배후에는 술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연말연시를 맞아 경찰이 단속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살인 행위인 음주운전은 끊이지 않고 있다.

조선시대 명군 세종은 술에 대해 신하들에게 엄격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도 절제력을 보였다.

양녕처럼 지나치게 마셔서 실수를 저지르지도 않고,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해 외국 사신을 맞기에부족한 효령과도 달랐다.

아버지 태종은 이런 세종의 음주를 ‘적중이지(適中而止-중간에 적당히 그치는 절제력)’라고 평했다.

술자리로 바쁜 연말이 다가왔다. 그냥 올해를 잊기 위한 술자리 망년회가 아닌 새로운 희망을 다짐하는 망년회((望年會)가 됐으면 한다.







<조문욱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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