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재벌총수와 2500원
[제주포럼] 재벌총수와 2500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왕이 다스리는 국가가 아님에도 우리나라에는 왕이 많다.

제왕적 경영이니, 황제경영이니 하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에 의해 기업이 경영되지 않고 1인 독단에 의해 경영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제왕적 경영이며 황제경영이다.

빨리 개선돼야 할 현상이다.

특히 보복폭행으로 경찰서를 거쳐 검찰에 송치된 김승연 회장을 보면서 재벌총수의 빗나간 특권의식에 대해 국민들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있다.

일부 재벌총수들을 좋은 의미의 황제로 만든 것은 바로 국민들이다.

과거 기업들은 질 낮은 상품을 국내에서 팔고, 질 높은 상품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수출했다.

그럼에도 불구, 국민들은 정부의 애국심 고취 운동에 참여해 높은 값에 질 낮은 상품을 사곤 했다.

지금도 일부 국내용 제품과 수출용 제품의 질이 달라도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값에 사주고 있다.

이러한 것이 과연 제대로운 시장경제체제인지 소양 있는 경제학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 뿐이 아니다. 1960yxz1970년대 초등학생들은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저금통장을 만들고 저금한 바 있다.

당시는 누구나 가난했던 시절이어서 저금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학생들은 몇 십 원씩 코 묻은 돈을 저금했다.

이 돈은 기업들의 대출자금으로 이용됐다.

초등학생이 저금한 돈이 기업의 기업설비 도입비 등으로 이용된 것이다.

또한 박정희 정권시절 수출드라이브 정책이 강조될 때 기업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수출장려금 등을 지원받았다.

결국 국민이 이 나라의 재벌들을 키운 셈이다.

그러고 보면 일부 재벌총수가 황제가 아니라 재벌총수에겐 국민이 황제다. 그들을 황제로 키워준 것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재벌총수들을 나쁜 뜻의 황제로 만든 데에는 사법부와 언론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일부 재벌총수들이 기업의 돈을 횡령하거나 기업의 돈으로 정치자금을 대거나 해서 물의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일반 시민처럼 감옥에 오래 있지 않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빨리 빠져나온다.

이 때문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우리사회에서 떠나질 않는다.

사법부가 가진 사람에게 관대한 것이 황제의 특권의식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부 언론에게도 책임이 있다.

황제들의 모임에서 어느 황제가 한 마디 하면 대서특필하곤 한다.

A4용지 한 장에 기승전결로 정리된 내용이라면 모를까, 대한민국에서 사는 시민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툭 던지면 받아쓰기에 바쁜 언론이 일부 있다.

이런 것도 황제의 특권의식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재벌총수의 잘못에 대한 비판에 인색하다는 얘기다.

일부 황제들은 해외에 나가서도 특권의식을 보여 ‘아시아 국가 중 선진국이 못된 나라의 천박한 부자’라는 욕을 먹기도 한다.

이들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선진국의 부자들과는 비교하고 싶지도 않다. 단지, 선진국 일반 시민만큼의 소양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승연 회장은 경찰서 유치장에 있을 때 2500원짜리 사식을 먹었다.

그곳에서는 2500원 이상의 음식이 제공되지 않는다.

재벌총수에게 2500원짜리 음식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500원이 없어 공짜로 배급되는 관식을 먹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 경찰서 유치장 담당 경찰들은 다 안다.

이번에도 ‘유전무전’이 될 것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