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빛 밝히는 희망 노래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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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싹 틔우는 사람들<13> 시각장애인 음악가 홍관수씨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생활의 연속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아름다운 노랫말로 용기를 전하는 시각장애인 음악가 홍관수씨(42)는 노래로 세상을 보고 노래로 세상과 소통하며 희망의 꿈을 꾸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심한 열병을 앓고 나서 시력이 약해지더니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완전히 세상의 빛을 잃어버렸다는 홍씨.

 

장애가 있기 전 밖에서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등 어렸을 적부터 어느 누구보다 활동적인 성격이었다는 그에게 갑작스레 다가온 시각장애 판정은 낯설기만 했다.

 

홍씨는 “당시에는 어른이 되면서 점차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게 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나를 제외한 모든 주변사람들의 시력이 정상적인걸 보고 내가 시각장애를 앓고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며 “어렸을 적 학교 운동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던 철봉의 모습이 날이 갈수록 흐릿하게 보일 때의 절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나날이 어려운 여건과 마주하던 그는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열병에 따른 후유증으로 건강까지 악화, 어린 나이임에도 ‘좌절’이라는 말을 되뇌일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홍씨는 어머니를 따라 10년 간 사찰에서의 요양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20대에 접어들면서 친형이 건네 준 기타가 친구이자 멘토로서 현재의 그를 만들었다.

 

홍씨는 “형이 기타의 기본 코드만 가르쳐주고 떠나버렸다”며 “오직 그것만 연습하다가 주변 분들이 새 코드를 가르쳐주면 익히고, 라디오를 들으면서도 리듬에 맞춰 기타를 쳤다. 하모니카도 그렇게 배웠다”고 말했다.

 

불교 공부도 하고 싶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료를 구하기 어려웠던 그는 스님의 법문이 있는 곳이면 빼놓지 않고 찾아가 들었다.

 

이처럼 사찰에서 들은 법문을 바탕으로 그는 작사·작곡에 있어서도 실력을 발휘, 수많은 희망의 노래를 만들어 각종 행사 공연은 물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단독콘서트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또 지금까지의 숱한 공연으로 다져진 실력을 바탕으로 올해 8월 정규앨범 1집을 발표, 2007년 2월 직접 만든 ‘인연의 소리’를 비롯해 ‘님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의 길’, ‘다기’, ‘꿈에서 깨어나’, ‘어머니’, ‘님에게로’ 등 8곡을 수록하기도 했다.

 

홍씨는 “영지학교 재학 시절 출산휴가 중인 교사를 대신해 음악을 가르치던 뚜럼브라더스의 박순동씨가 우연히 제 노래를 듣고 공연을 제안해 처음 무대에 서게 됐다”며 “장애의 삶을 음악으로 승화하는 과정에서 삶의 희망을 꽃피우게 됐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영지학교에서 안마, 마사지, 지압, 침 등을 가르치는 강사로도 일하는 등 현재 안마사로 일을 하며 그리 넉넉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가진 것이 많고 적음을 떠나 내 노래를 듣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마음과 영혼을 치유했으면 좋겠다”고 밝힌 홍씨는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 좀 더 유명해져서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노래하면서 도민들에게 희망과 기적을 가져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박한 소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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