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지원사업 폐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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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문화를 협력과 배려의 교육문화로 돌려놓겠다.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이라는 교육 지표를 실천하기 위해 그동안 교육청과 관료 중심으로 향했던 제주교육의 시선을 아이들과 교육현장으로 돌려놓겠다.”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이 지난 7월 1일 열린 취임식에서 도민들에게 약속한 말이다.

이 교육감은 취임 100일을 맞이해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교사들과 아이들이 사랑으로 만나고, 본연의 교육과정이 잘 수행되는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이루기 위해 덧붙이고 지시하는 행정이 아닌 덜어내고 지원하는 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실적 위주의 사업을 재검토해 교육과정 운영에 부담이 되는 사업들을 선별, 최소화하고 있다. 앞으로 각 학교만의 전통이 살아있고 고유한 향이 있는 교육과정이 시행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지난 11월 17일 열린 제324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2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도 ‘2015년도 제주도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을 통해 “교실과 학교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며 “교육감으로서 ‘붕괴된 교실’을 아이들이 행복한 ‘성공의 교실’로 만들기 위해 교육현장을 충실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이 교육감은 취임 이후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임기 동안 교육 현장인 학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학교 현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이 교육감의 약속과 달리 제주도교육청이 내년 주요 사업계획을 확정하면서 학생과 학교에 지원해왔던 다수의 사업을 폐지하거나 축소, 약속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업 폐지 및 축소 사유로는 ‘학교업무 경감’을 내세웠다. 결국은 교무실과 행정실 업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구강보건 칫솔 살균기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제주도교육청은 구강 위생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10년부터 올해까지 2억6300만원을 들여 초·중·고 188개교 중 88개교에 살균기를 설치했다.

내년부터 이 사업이 학교 자체사업으로 변경되면서 학급별 1기 설치 예산(33만원)은 학교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학생들의 흡연 예방을 위해 2009년부터 본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흡연 측정기 구입비’ 지원사업도 내년부터는 학교 자체사업으로 변경됐다. 흡연 측정기(1개당 200만원)가 필요한 경우 앞으로는 학교 예산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제주도교육청이 학생들의 통일의식 고취를 위해 매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를 선발, 판문점 등을 견학해 온 ‘사제동행 통일·안보체험 현장학습’ 사업도 내년부터 폐지된다.

일회성 사업으로 학생들의 통일·안보의식을 고취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학생들의 관심이 낮다는 이유로 매년 추진해 왔던 ‘나라사랑 문예·서예 공모대회’도 내년부터 사라지고 ‘1교 1강좌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효과가 없다는 명목으로 내년 폐지되는 사업에 포함됐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주민참여예산제로 올해 도입된 ‘외국문화 이해 자료 구입비 지원사업’도 내년부터는 학교 단위사업으로 전환된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 60개교에 다문화 관련 도서 구입비로 학교 당 200만원을 지원했는데 내년부터는 학교장 판단에 따라 사업 진행 여부가 결정된다. 물론 예산도 학교 자체 부담이다.

이 외에도 본청 주관으로 진행됐던 다수의 교육관련 사업들이 통합되거나 내년부터 학교 자율적으로 시행되면서 교육 프로그램이 올해보다 대폭 줄어든다.

이 교육감이 약속한 ‘학교 현장 지원 강화’와 ‘교원업무 경감’ 시책이 상충되는 모양새다.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상은 교사(교무실)도,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교육공무원(행정실)도 아닌 학생(교실)이다.

취임식에서 밝힌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 교육감의 약속이 교원업무 경감이라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김문기 교육체육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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