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밭농사 효율 높이고 고단함 이겨내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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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재발견 39-제주농요...'밭 밟는 소리', '사대 소리', '타작 소리' 등

예로부터 화산섬 제주의 밭농사는 고되기로 유명했다.

 

농부들은 척박한 땅을 일궈 씨앗을 뿌린 후 화산회토 속으로 들어가도록 소나 말을 이용해 밭을 밟을 때 일의 효율을 높이고 고단함을 이겨내기 위해 노래의 힘을 빌렸다.

 

차라리 제주 농부들에게 노래는 숙명과도 같았다.

 

선소리꾼이 회초리를 들고 마소의 뒤를 따르며 소리를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마소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경계하며 소리를 받아 후렴을 넣었다. 농부들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말들이 밭을 골고루 밟도록 조정했고 스스로 지친 기운을 회복했다.

 

이처럼 농사과정에서 불가피한 고통의 산물로 탄생한 밭일노래, 즉 제주농요(農謠)는 2002년 5월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제16호로 지정됐다.

 

당시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이명숙 명창이 2007년 타계한 후 고인의 두 딸인 김향옥(62)·향희(57)씨가 제주농요보존회(한라예술단)를 이끌며 제주농요 전승의 일선을 지휘하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제주농요는 ‘밭 밟는 소리’와 ‘사대 소리’, ‘타작 소리’ 등 세 가지다.

 

‘밭 밟는 소리’는 씨앗을 뿌린 후 밭을 밟을 때, ‘사대 소리’는 김을 맬 때 각각 부르던 노래다. ‘타작 소리’의 경우 수확한 콩이나 보리, 조 등 곡물을 도리깨로 타작하며 불렀다.

 

‘밭 밟는 소리’는 노동과 직결된 기능성을 표현하는 사설이나 밭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소와 주고받던 신호가 내용의 핵심이다. 이때 사람·동물의 교감은 노래의 필수 요소였다.

 

‘사대 소리’는 인내와 끈기를 요하는 김매기 작업 과정에서 불린 노래로 선소리와 후렴으로 구분된 선·후창 형식과 사설을 번갈아가며 부르는 교창 형식 등 두 갈래로 나뉜다. 가사는 삶의 애환이나 고단한 삶, 신세 등에 대한 한탄이나 사랑의 정서 등을 담고 있다.

 

‘타작 소리’는 보리나 조 등 잡곡을 수확해 탈곡하는 과정에서 불렸다. 1960년대 탈곡기가 도입돼 도리깨를 이용한 타작이 사라지면서 이 노래도 농부들의 입에서 멀어져 갔다.

 

한 향토사학자는 “제주농요는 밭에서 진행된 노동과정에서 동작을 일치시켜 효율을 높이고 지친 몸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불린 것으로 대체로 규칙적이고 흥겹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밭 밟는 소리의 경우 인간과 짐승간의 신호 혹은 대화가 주종을 이룬다”며 “원시민요들이 그렇듯 사람·짐승의 교감에서 우주자연의 생명력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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